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0.5%포인트 이상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단기와 장기 국채의 금리 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 특히 5년과 7년물이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초 0.9%포인트였던 2년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 차이가 이날 현재 0.2%포인트 안팎 수준으로 축소됐다. 10년물의 경우 한때 연 2.41%로 7년(2.45%)과 5년(2.42%)보다 낮았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준이 단기간 내 금리를 크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단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반면 장기 금리는 많이 오르지 않아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연준이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5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며 기존 전망(0.25%포인트)을 상향 조정했다. 대표적인 연준 내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에 “빠른 금리 인상 전략이 낫다”며 “올해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서는 5년과 30년 만기 국채금리 차이가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작아졌으며 이는 연준의 긴축이 경기를 둔화시키거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는 미국 경제가 긴축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1980년대 이후 네 차례 이 차이가 제로 이하로 떨어졌을 때 침체가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물 국채금리의 경우 경기 상황을 반영하기보다 수급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반론이 맞선다. 구니트 딘그라 모건스탠리 미국금리전략헤드는 “수익률 역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도 “종말적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19년 하반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지만 2020년 초 미국 경제는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 전까지 완만한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같은 장기물은 정책금리가 오르더라도 연기금과 해외투자가들의 수요로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WSJ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경기 침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의미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은 긴장해야 한다. 연준이 (빠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냉각시키려 한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