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자원개발률 中·日 3분의 1로 추락…금지법·예산·세제 '대수술'

[해외자원개발 족쇄 푼다]'자원 안보' 고삐 죄는 인수위

경쟁국, 유전·광산 등 지분 사들이는데 韓은 신규투자 중단

396억 불과한 민간 융자 예산 확대…세액공제 등도 부활

"자원안보 심각한 위기 직면…장기적 관점서 정책 수립해야"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입구에서 회의 참석차 인수위를 찾은 각 부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입구에서 회의 참석차 인수위를 찾은 각 부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환경 변화를 고려해 중요한 자산에 대해서 매각의 적정성·타당성을 신중하게 재검토하겠습니다.”



지난 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의 결과물이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광물 가격이 급등하자 4년 전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산을 매각하려던 방침을 임기 3개월 앞두고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중단된 사이 중국과 일본은 중동과 남미·아프리카 등 대륙을 넘나들며 유전과 광산 지분을 사들이고 탐사에 나섰다. 시노펙 등 중국의 에너지 기업은 매년 약 80조 원을 투자해 2017년부터 아부바디의 아드녹 온쇼어(ADNOC Onshore), 이란의 사우스파스(South pars) 지분을 매입했고 우간다와 멕시코·세네갈에서는 탐사를 진행했다. 일본 역시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지원 규모를 2018년 2조 5000억 원에서 2019년 7조 5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리며 이라크·호주·러시아의 유전 지분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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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을 벗고 나선 중국·일본과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유연탄·우라늄 등 6대 전략자원 개발률은 28%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76%, 중국은 65%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코로나19 회복 국면을 거치면서 유가와 광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자원 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은 심각한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국가가 장기적 관점에서 자원 개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에서는 신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사실상 제한된 석유공사·광해공업공단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족쇄를 푸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석유공사와 광해공업공단은 기존 해외 자산 매각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동된 해외자원개발혁신TF가 리스크가 크고 민간 기업들이 하기 어려운 사업 등 제한적인 투자만 하라고 권고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 투자가 어려운 구조다. 특히 광물공사를 흡수해 지난해 9월 출범한 광해공업공단의 경우 광해광업공단법에서 ‘광업과 관련된 해외 투자 사업의 처분’만을 주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어 해외 광산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광해광업공단법 개정은 지속적으로 검토해오고 있다”며 “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국회 통과가 변수”라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민간 기업의 자원 개발 역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그나마 자원 개발 경험이 있는 공기업이 민간 기업과 함께 참여하지 않는 이상 자원 개발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예전처럼 공기업 중심으로만 갈 수 없다”며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와 공기업이 지원하는 방식의 적정한 합리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급격히 낮춘 해외 자원 개발 예산 증액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해외 자원 개발 특별 융자 예산은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인 2017년 1000억 원에서 2022년 396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역대 최대였던 2007년의 4200억 원과 비교해보면 10분의 1토막 난 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예산 수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내외 유전 개발에 대한 실제 투자 수요가 2056억 원이었다”며 “이 중 19.3%만 예산에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2013년 끊긴 세제 감면도 부활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013년부터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세액공제, 해외 자원 개발 배당소득 법인세 면제,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이 차례로 일몰됐다.

무역보험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펀드에 대한 보험 연장 등도 필요하다. 미국 멕시코만 앵커 해상 유전에 투자한 미국 앵커 해상 유전 펀드는 운영 기간이 2026년이었지만 2022년 1월 보험 만기가 도래하자 청산을 논의 중이다. 2023년에는 미국 패럴랠 육상 유전 펀드, 캐나다 AMMC 철광석 펀드가 보험 만기를 맞는다.

박형윤·우영탁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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