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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시행 D-1, 거래소마다 기준 '제각각'…가이드라인 없어 혼란 가중

실명계좌 발급 은행, 채택 솔루션 등 따라 적용방침 달라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 솔루션간 연동도 결국 불발

기준점이 모호해 투자자 혼란과 불편 초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 나와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트래블룰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입출금이 가능한 사업자 목록 등 세부 지침이 거래소마다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들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간 100만 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할 때 송·수신인의 신원을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제도인 트래블룰이 25일부터 시행된다. 제도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암호화폐 입·출금이 가능한 사업자와 개인지갑 허용 여부 등 세부 지침이 거래소별로 모두 달라서다.



우선 업비트는 지난 23일 연동 가능한 거래소 목록을 공개하면서 같은 트래블룰 솔루션인 베리파이바스프를 사용하는 사업자간 입출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비트맥스, 오케이엑스, 크립토닷컴, 에프티엑스(FTX) 등 해외 거래소도 연동 예정이다. 메타마스크 등 개인 지갑으로 입·출금도 가능해질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정책을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1월부터 개인지갑 입출금을 모두 막아왔다.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NH농협은행이 비교적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한 코빗은 개인지갑 출금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트래블룰이 적용되는 금액 기준도 거래소마다 다르다.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거래되는 암호화폐 원화 가치가 100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빗썸의 경우 100만 원 이하 모든 거래에도 트래블룰을 도입한다. 기준점이 모호해 같은 제도를 두고서도 사업자마다 중구난방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트래블룰 솔루션이 업비트(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코인원·코빗(CODE) 두 진영으로 양분돼 있어 시행 막판까지 양사 간 연동에 실패했다는 점도 문제다. 업비트는 24일 공지를 통해 "베리파이바스프와 CODE 솔루션 연동이 3월 25일에서 4월 25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 고객은 트래블룰 시행 이후 한 달간 가상자산을 서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됐다. 메타마스크 등 외부지갑을 거쳐 자금을 옮길 순 있지만 이 경우 수수료를 이중으로 내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른다.

금융당국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부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해 실명계좌 발급 은행의 정책, 채택한 솔루션 등 외부 요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똑같은 제도를 두고 계약 맺은 은행에 따라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는 식"이라며 "은행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세탁 방지라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도 운영안이 제각각인 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고충은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트래블룰을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혼란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방법론을 제시했을 뿐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각 사업자들의 판단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규제안을 제시하는 것이 제도 시행 취지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재 업계와 조율해 트래블룰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공표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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