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하지 않는 인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감사위원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석이 된 감사위원 2명의 임명을 놓고 신구 권력 간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인사권을 가진 문 대통령에게 ‘관례’를 강조하며 당선인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감사원은 업무 보고에서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현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은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하는 경우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춰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감사원이 청와대와 당선인 간 협의를 강조하며 관례로 든 사례는 임기를 두 달 앞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김용민 감사위원을 임명하며 “이명박 당선인의 양해를 받아 임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 보고를 받은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도 ”정권 이양기의 감사위원 임명 제청이 감사위원회의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청와대와 당선인 간 협의를 강조한 것은 감사위원 임명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롭게 임명해야 할 감사위원 2명을 놓고 청와대가 각각 1명씩 추천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윤 당선인 측은 이를 받아들이되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에 대한 ‘거부권’을 윤 당선인이 갖겠다고 맞서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만약 저희라면 임기 말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에 우리 정부의 사람을 보내는 일은 안 할 것 같다”며 “국민이 보기에 상식에서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