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박 터트린 IT 기업들 '이익분배' 진흙탕싸움

카카오벤처스·크래프톤 등

약속한 보상 안주자 소송전

벤처캐피탈 내부다툼까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데카콘(10조 원)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늘어나며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분쟁도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존 회사와 주주간, 임원과 직원간 갈등에 더해 벤처 생태계 촉매제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VC) 내부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임지훈 전 카카오(035720) 대표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700억~800억 원대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카카오벤처스 대표 시절 운용했던 펀드에 대한 성과보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 펀드는 2012년 약 115억 원 규모로 조성돼 10년 뒤 100배가 넘는 1조 원 이상의 가치로 뛰었고 지난해 말 청산됐다.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게임 회사 넵튠 등이 있다. 두나무는 현재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넘는 데카콘으로 카카오벤처스가 창업 초기 2억 원을 투자했다. 갈등은 카카오벤처스가 당초 주기로 약속했던 보상을 주지 못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임 전 대표가 보상에 대한 계약을 맺을 당시 회사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최종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전 대표 측은 김 의장이 계약 당시 승인했다는 점을 들어 결의를 받은 것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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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시가총액 14조 원의 크래프톤(259960)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초기 투자사인 케이넷투자파트너스(케이넷)에서다. 마찬가지로 당시 투자를 이끌었던 부경훈 전 케이넷 대표가 퇴직 후 회사가 약속한 보상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전이 벌어졌다. 케이넷은 2009년 크래프톤에 99억 원(66만 주)을 투자했고, 부 전 대표는 2014년 10월 퇴사했다. 이후 크래프톤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케이넷은 펀드에서 성과급을 받았는데 이때 부 전 이사 몫을 챙겨주지 않아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회사 측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부 전 대표 퇴사 후 본격화 됐으므로 부 전 대표의 역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부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케이넷이 작성한 ‘성과급 지급 확약서’에 따라 부 전 대표의 보수를 챙겨주는 게 맞다 것이다.

업계는 성장성 높은 회사를 발굴해 내는 안목도 중요해 퇴사한 심사역의 투자 성과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카오, 케이넷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규정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임 전 대표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당시 절차적으로 충분한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지금의 분쟁이 벌어진 것”이라며 “계약 내용부터 회사 내규, 정관 등을 꼼꼼히 따져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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