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정비’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기도 분당, 일산 등에서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분당의 30여개 아파트 단지들은 성남시에 정비예정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재수립을 요구하고 나섰고, 일산에서는 인근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 ‘통합 재건축’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분당 재건축 추진 단지들로 구성된 분당 재건축연합회(분재연)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 어린이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후 단지들의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반영해 도시정비계획을 재수립할 것을 성남시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분재연은 시범단지 4개 단지를 비롯해 상록우성, 까치1단지 등 서현·야탑·금곡·구미동의 30여개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분재연 회원들은 성남시가 지난 2020년 수립, 공표한 ‘2030 도시정비 기본계획’에 성남 구도심 10곳이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선정된 반면,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분당은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남시에 △정비예정구역 지정 등 정비계획 일정을 올해로 앞당기고 △올해 분당 전체의 20% 단지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며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재수립하고 법정 최고 용적률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최우식 분재연 총괄본부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는 국가 주도로 조성한 최초의 신도시”라며 “이들 도시의 미래가 나중에 구축된 2기, 3기 신도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공적인 재정비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4개 단지(삼성·한신, 한양, 우성, 현대 총 7769가구)와 수내동 양지마을 6개 단지(총 4392가구)가 통합 재건축을 위한 추진 준비위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 정자동 정든마을 우성4단지와 금곡동 청솔주공9단지 등도 재건축 추진위 구성을 위해 소유주를 모으고 나섰다.
또 일산에서도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6·7·8·9단지(총 2139가구)에서 통합 재건축을 논의하기 위한 소유주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 4개 단지는 모두 1994년 입주해 준공 29년차를 맞았다. 바로 옆 마두동의 백마1·2단지와 강촌1·2단지(총 2906가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통합 재건축을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두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 단지는 1992~1993년 입주해 ‘준공 30년'에 임박했다. 백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선 직후 재건축 기대감에 매수 문의가 확 늘고 있다”면서 “그동안 거래가 뜸해 저렴한 가격의 매물들도 팔리지 않고 쌓여 있었는데 대선 이후 적체된 매물이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 조합원이 많아져 재건축 분담금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일반분양분이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대형 시공사가 수주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