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뒷북비즈] 송호성 기아 사장 "기아, 5년 후 수소 PBV 상용차 출시"

■서경이 만난 사람-송호성 기아 사장

택시·배달차량·픽업트럭 등 PBV, 생산라인서부터 승객 중심 설계

2030년 전기차 비중 30%까지↑…中은 저가 아닌 하이테크로 승부

반도체 품귀 점차 해소 전망…우크라 사태 따른 수출 차질은 제한적






“탄소 중립 추세에 맞춰 2027년께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목적기반차량(PBV)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배달차량 등 상용차는 수소연료전지가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송호성(사진) 기아 사장이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PBV 시장 진출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송 사장은 기아의 미래 먹거리인 PBV 및 전기자동차 전략,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 방안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담=서정명 산업부장

송 사장은 승용차 시장에서 EV6를 필두로 한 EV 시리즈를 내세웠다면 글로벌 물류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용차 시장에서는 궁극적으로 PBV를 게임체인저로 삼겠다고 했다. PBV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용도를 달리할 수 있는 미래형 모빌리티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에 어퍼보디를 탑재한 차량이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설계해 제작할 수 있다.

송 사장은 올해 5월 첫 PBV 택시를 출시한 뒤 3년 안에 물류·택시 등에 특화된 PBV 차량을 잇따라 내놓고 이에 더해 2027년 이후에는 다양한 수소 PBV 모델을 출시한다는 타임테이블을 제시했다. 또 정부와 함께 수소 군용차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PBV 모델에는 택시·배달차량부터 픽업트럭 등 다양한 세그먼트들이 제공될 예정이다

기아는 PBV 생산량 증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경기도 화성 공장을 개조·증축해 PBV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간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보다 한 박자 빠른 결정으로 2024년이면 화성 공장에 PBV 전용 생산라인이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PBV 시장 진출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계열 브라이트드롭은 미국 페덱스 등에 맞춤형 PBV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요타 역시 PBV 모델인 ‘e팔레트’를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공개했다.

송 사장은 “현재 국내 택시는 기존 승용차를 약간 개조한 것에 불과해 승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PBV 모델은 처음부터 승객 중심으로 설계돼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승용차를 개조해 만든 택시는 전고도 낮고 뒷자석에서 타고 내릴 때 불편하지만 PBV는 전고가 높은 벤치형으로 설계돼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 PBV는 자영업자나 배달 업체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그는 “꽃가게 하시는 분들이나 세탁물을 배달하시는 분들이 필요로 하는 차량 형태는 전혀 다르다"며 “현재는 기존 자동차 시트에 물건을 싣고 다니거나 사설 개조를 했는데 PBV는 생산라인에서부터 고객의 목적에 맞게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 배달 업체에는 처음부터 냉장 기능이 있는 PBV를, 커피사업자에게는 이동식 카페로 활용 가능한 PBV를 제공할 수 있다.

송 사장은 “화성 공장은 기아 PBV 생태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스케이드보드 타입으로 어퍼보디를 자유롭게 만드는 라인을 구축해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 있는 자동차를 3년 뒤에는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 PBV 판매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는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디자인 부문에서 호평을 받는 것이 고무적이다. 송 사장은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가 최근 ‘2022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며 “유럽에서 생산되지 않은 차가 유럽 올해의 차로 뽑힌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송 사장은 유럽 올해의 차 선정은 국내 차 업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자동차의 본산인 유럽에서 디자인·상품력·품질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기아는 내연기관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일지 몰라도 전기차 분야에는 빠르게 진출한 편"이라며 “EV6뿐 아니라 니로EV도 시장에서 품질·주행거리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기차 시장 공략의 핵심 키워드로는 ‘속도전’을 제시했다. 경쟁 자동차 메이커보다 한발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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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는 2030년 120만 대로 제시했다. 전체 판매 목표인 400만 대의 30%가량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다. 선진국의 탄소 중립 목표 연도가 2035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송 사장은 “지난해 발표한 목표치보다 2030년 전기차 생산량을 30만 대 더 높게 잡았다”며 “기아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중립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신흥 시장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지속하면서 엔트리급 전기차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기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는 성공했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기아의 DNA를 중국에 적용해 시장을 추가 공략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전략을 중국에 적용해 저가·저사양이 아닌 하이테크·고사양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차량을 출시하는 등 2027년까지 기아의 강점을 살린 6개의 전용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아가 중국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3자 경영 구조를 양자 체제로 개편하고 올해를 중국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반도체 품귀로 인한 출고 적체다. 일부 인기 모델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송 사장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보다는 1분기에 수급 상황이 좋아졌고 2분기에도 조금 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이 빠르게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만 되면 자동차 반도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당장 한국의 수출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사장은 “러시아 수출이 당분간 막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다른 나라로 수출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보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이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도시 봉쇄가 이어지면 공장 가동은 물론 와이어링하네스(배선 뭉치) 등 주요 자동차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될 당시에도 중국에서 조달하는 와이어링하네스 등 주요 자동차 부품 공급이 끊기자 현대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중국 산둥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현대차 울산 공장 등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현지 협력사의 납품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다만 과거 중국발 부품 수급 문제가 생겼을 때 국내와 동남아시아에서 관련 부품을 조달한 경험이 있어 문제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송 사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완성되면 사실상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며 “미국과 유럽 등은 자율주행 규제를 대거 없애고 자동차 메이커들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시범지구를 확대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시작 단계인 자율주행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보조금도 전기차 수요가 안정될 때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전체 완성차 판매의 5%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가격 보조금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자동차는 기존 7만 5000대에서 16만 5000대로 늘어나지만 구매 보조금 100%가 지급되는 차량 가격의 기준은 60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관점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커져야 이익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면 굳이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송 사장은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책이 없으면 단순 수요로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에 대해서도 기아만의 ‘원포인트’ 서비스를 진행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계획이다. 송 사장은 “다른 나라들은 신차나 중고차나 한 딜러와 거래한다”며 “신차·중고차·서비스를 기아의 단일 채널로 받으면 고객 입장에서도 편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기아 차량의 출고부터 운행까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차량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고 신뢰성도 더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기아 중고차를 사도 일정 기간에 보증이 잘 연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도 덧붙였다.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69조 862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최대치인 5조 657억 원이었으며 2026년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120조 원, 10조 원으로 제시했다. 송 사장은 전기차의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정리=박호현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He is… △1962년 전주 △전주고 △연세대 불어불문학 △1988년 현대차 입사 △2007년 현대차 유럽총괄법인 △2009년 기아 프랑스판매법인장 △2011년 기아 수출기획실장 △2013년 기아 감사3팀장(상무) △2017년 기아 유럽법인장 △2020년 기아 사업관리본부장 △2020년~ 기아 대표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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