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백상논단] 정권교체와 청와대 개혁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 교수

한반도 평화 강화했다는 文 정부

안보 이유로 용산行 막는 건 모순

부정적인 이미지 덧칠된 靑 대신

공간·사람 개혁해 포용정치 펼쳐야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국민은 A4 용지를 손에 들고 읽는 모습에 지쳐 있었다. 이번 대선으로 무능과 부패로 대한민국을 후퇴시킨 정권을 교체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여정이 시작됐다. 첫걸음이 청와대 개혁이다.

지금 청와대와 연관돼 떠오르는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구중궁궐과 같이 장소와 관련된 이미지만이 아니라 쇼 전문가, 부동산 투기꾼, 펀드 사기 연루자, 거짓말쟁이, 입시 서류 조작범, 친북 주사파, 북한 석탄 수입 브로커, 공산주의자, 선거 관련 수사 조작꾼, 드루킹 사건 연루자, 경인선 애창자, 특활비 공개 거부자, 버킷리스트 작성자, 와인 바 단골손님 등 사람과 관련된 이미지도 많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이미지로 덧칠된 청와대에서 국민과 소통하기는 매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선언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으로서 한 이 발언이 거짓말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열흘도 안 된 5월 19일 광화문 이전 공약을 개헌 논의의 뒷전으로 옮겼고 2019년 1월 주요 기능을 수행할 부지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광화문 시대 공약을 실질적으로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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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 당사자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켜야 할 공약을 지키지 않고 지키지 말아야 할 공약을 지키는 청개구리와 같은 정권으로 전락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동은 청와대에 틀어박혀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뽐내는 어리석은 임금님을 연상케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안보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주요 기능을 수행할 부지가 확보된 용산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지난 5년간 평화를 강화했다면서도 짧은 이전 기간에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능과 거짓을 자백한 꼴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부터 탈원전을 외치다가 올 2월 향후 60년 원자력이 주력 전원이라고 발언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찬성할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하다가 고용 참사를 야기하고도 반성할 줄 몰랐다. 지난 5년간 수도권 집중화는 가속화하고 혁신 도시들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실패를 돈과 분열의 정치로 막아 오다가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세금으로 국민을 협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서민 고통의 시대를 열었다.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은 청와대를 개혁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청와대 개혁은 공간과 사람의 개혁과 포용의 정치로 요약된다. 청와대를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통은 공간을 함께 이용함으로써 강화된다. 청와대의 영빈관과 본관 등을 국민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이 운영하는 연회장 및 식당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곳이 국가 원수의 행사에도 사용된다면 국민과의 거리는 좁혀진다. 국민이 집무실을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은 집무 중 국민의 모습을 봄으로써 국민의 견제를 느껴야 한다.

남산의 이미지는 정보 기관 이전으로 변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이미지 변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덧칠한 청와대의 부정적 이미지는 결국 사람의 변화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의사 결정 과정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것이 청와대 개혁의 핵심이다.

포용적 정치는 공간과 사람을 개혁하는 길을 제시한다. 꼭 이겨야 할 때는 반드시 이기고 져야 할 때는 져주는 것이 포용적 정치의 시작이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만드는 것이 포용적 정치의 마무리다. 문재인 정부가 새 정부의 개혁적 출범을 방해하고 지방선거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포용적 정치로 분쇄해야 한다. 포용적 정치가 새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다른 점이고 청와대를 개혁하는 이유다. 청와대가 활짝 열리는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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