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앞날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을 기한 내 납입하지 못하면서다.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제를 공식화한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1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간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없었던 만큼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예치 시한인 지난 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 예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지난 1월 체결한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밝혔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투자계약 해제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투자계약을 맺은 이후 인수대금 완납을 전제로 회생채권 변제계획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지난달 25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관계인집회 기일을 다음 달 1일로 정하고,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대금 전액 납입을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앞서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 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 원을 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의 상장유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관계인집회 기일 연장을 요청해왔으나 이는 투자계약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며 “연장된 관계인집회가 무산될 경우 새로운 회생 방안을 모색할 기회마저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새우가 고래를 품은 격’이라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졌다.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인수대금을 지급할 주체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도 쌍용차 주식을 취득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EV만 명시됐다. 본입찰 당시 함께한 사모펀드 키스톤PE에 이어 KCGI도 최종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과 노조의 반대도 부담이 됐다.
일단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일방적인 계약 해제 통보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날 중 법원에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금력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인집회 기일 연장 요청이 수용된다면 인수대금 납부일도 자동 연장돼 잔금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쌍용차는 조속히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매각 절차를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지난해와 비교해 현재 재매각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전기차 신차 ‘J100’이 출시되고, 중국 BYD와의 전략적 제휴로 내년 하반기에는 전기차 ‘U100’도 선보일 계획이라는 점이 근거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경영여건 개선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차 재매각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지난해 공개 매각 당시에도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곳은 사모펀드를 포함해 11곳에 달했지만 본입찰에는 컨소시엄 3곳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외 2곳은 자금조달 계획 부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쌍용차의 부채 금액만 1조 원이 넘는 만큼 실탄을 확보할 여력이 있는 인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등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