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보험사엔 '손실' 된 실손…이대론 10년뒤 손해액만 100조 [불합리한 제도가 발목잡은 K보험]

< 상 > 지급한만큼 인상 못하는 보험사

손해율 130% 육박…작년 영업이익률은 4%에도 못미쳐

비급여 세부기준 불명확, 과잉진료·의료쇼핑 악용 쉬워

실손 가입자 2%, 1000만원 이상 수령…결국 소비자 부담





지난해 국내 상장 보험사들의 영업이익률이 4%를 넘지 못했다. 전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보험사 스스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내는 한편 실손의료보험 등 불합리한 제도 개선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보험사 수익성 개선은 일시적…저성장 문제는 여전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개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평균 3.84%로 전년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상장 보험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4.26%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19년 1.98%, 2020년 2.78%로 3%대도 넘지 못했다. 반면 성장성은 오히려 축소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장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익은 113조 773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9년과 2020년 평균 5% 이상 성장했던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차량 운행과 병원 진료가 줄어든 일시적인 효과로 저성장 늪을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방치 시 파산 위기" 우려



보험사들의 수익성과 성장성 저하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돼 건강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급여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웬만한 사람들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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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실손보험이 보험사에 얼마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통계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발생손해액은 6조 5000억 원 규모다. 2016년 실손보험 발생손해액은 7조 원 정도였지만 해마다 증가해 2020년에는 11조 8000억 원까지 늘었다. 보험사들이 손실액을 메우기 위해 2016년 이후 연평균 12% 정도의 실손보험료를 인상해왔지만 적자는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뜻하는 위험손해율도 2019년 이후 1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료로 1만 원을 받았지만 1만 3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실손 보험 판매가 중지되거나 건전성 위기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16%씩 늘어나는 지급 보험금과 13.4% 인상하는 보험료를 바탕으로 추산할 경우 10년 뒤에는 100조 원이 넘는 손해액이 쌓일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치료인데 가격 100배 차이 나기도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는 것은 비급여 의료에 대한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비지급 항목에 대한 과잉 진료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체 지급 실손보험금(11조 1000억 원) 중 급여는 4조 원인 데 비해 비급여는 7조 1000억 원 수준으로 비급여 비중이 훨씬 크다. 국민건강보험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비급여가 11조 2000억 원에서 16조 6000억 원으로 연평균 8.2% 증가하면서 전체 의료비 증가를 불러오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는 가격이나 급여 기준, 치료의 적절성이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며 “이 때문에 가격 편차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 방법 중 하나로 사용되는 다초점 렌즈 삽입술의 경우 싼 경우에는 101만 원 정도지만 비싼 곳은 600만 원까지 받는다. 갑상선 고주파열치료술도 14만 원에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1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자기 부담금이 20% 미만인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이런 고가의 진료를 받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그래서 일부 가입자는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의료 쇼핑에 나서고 일부 의료기관은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부실화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른 가입자에게 손해를 전가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62.4%는 보험료를 매달 내면서도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지만 2.2%는 100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 갔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비급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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