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 정부 노동개혁, 자율적 질서 만들어야…쉬운 해고는 아직”

일자리연대, 30일 노동개혁 주제 토론

“탈산업화 못 따르는 노동법제 바꿔야”

윤, 임금·근로시간 등 노동유연성 제고

정부 더 개입한 영미형 시장모델 제시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일자리연대가 프레스센터에서 연 노동개혁과 일자리 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자리연대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일자리연대가 프레스센터에서 연 노동개혁과 일자리 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자리연대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기존 규율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윤 정부는 현 정부의 기조인 노동 존중에서 공정 노동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을 대화로 푸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여기에 윤 정부에서 과거 정부의 쉬운 해고와 같은 급진적인 노동개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고 지양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대 주최로 열린 ‘새 정부에 바란다, 노동개혁과 일자리 정책’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일하는 사람은 다양화됐는데 규율하는 법제도는 (여전히) 산업화 논리를 따르고 있다”며 “(노동개혁이 없다면) 일자리 부족, 사회적 보호 요구 상승에 따른 무리한 재정 투입 등 총체적 위기가 연출된다”고 밝혔다. 일자리연대는 작년 6월 학계·법조계·정부 등 전문가 50여 명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문제를 새롭게 푸는 방식이다. 이는 소득양극화, 탈산업화, 디지털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대에서 기존의 규율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쉽지 않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이라며 “독일 사민당 정권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메르켈 총리 시절 독일 경제의 부흥을 견인했지만, (정작) 사민당은 정권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을 추진하다가 지지도 하락을 마주했고, 박근혜 정부도 2015년 추진했던 노동개혁(양대 지침)으로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는 결과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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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예고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노동유연성의 5가지 개념(고용, 임금, 숙련, 근로시간, 공간) 가운데 고용유연성이 공약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의 다른 발제자인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용유연성은 쉬운 해고 프레임, 비정규직의 덫, 저임금의 함정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유럽은 한 기업에서 보장되지 않는 고용안정성을 전체 노동시장의 고용안정성 보장을 통해 극복했다”고 분석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라면 박 정부 시절 쉬운 해고로 인식된 양대 지침과 같은 급진적인 고용 개혁이 윤 정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개혁의 실행 방안에 대해 정부의 개입자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정부가 촉진을 하는 동시에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말아야 한다”며 “노동규율에서 노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노동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영미형 자유시장경제의 모델과 한국 상황을 고려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영미는 국가 역할을 최소화하면서 노사간 자율적 교섭을 보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뚜렷하고 강한 연공성, 기업별 노조, 미진한 사회적 대화 탓에 국가의 일정 역할 없이 노동개혁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위원도 윤 당선인의 공약에서 고용유연성이 빠진 것처럼 개별 기업의 고용유연성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위은 “(새 정부는) 노사와 여야간 갈등이 불가피한 해고유연화와 같은 이슈는 피해야 한다”며 “임금, 근로시간, 직무간 이동 등 노동시장 전반의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노동개혁의 실행 방안으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생애 주기별 일자리와 복지 정책의 연계 정책을 제안했다. 청년, 여성, 중장년과 같은 계층과 재학 시절, 취업 단계를 동시에 고려해 맞춤형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는 실용주의 경제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전체에서는 노동 이동성과 사회 안정망 조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발제자 발표 후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사회로 열린 토론에서는 윤 당선인의 노동 공약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조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현 정부의 노동 존중 정책이 만든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윤 당선인의 공약과 새 정부의 정책이 더 세밀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기 정부는 근로시간, 임금체계, 중대재해법의 개선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는 종전의 노동법적 잣대로 규제할 게 아니라 새로운 근로계약법제를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 소장은 “현 정부의 친노동, 반기업 정책 탓에 노사관계는 노동계로 더욱 기울어졌다”며 “(윤 당선인은) 구시대적 노동운동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노동개혁을 펼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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