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맡는 대신 당으로 복귀하는 방향을 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당권 도전 등 5년 뒤 대권 준비를 위한 ‘안철수 당’ 만들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2인자’ 타이틀 대신 공동정부의 ‘지분’을 더 챙기는 방식으로 당내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 당내 중진들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 위원장은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인수위원장 임무가 끝나면 새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지 않고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당선인께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총리직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행보는 당 복귀가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그런 일들, 또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제가 공헌할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6·1 지방선거 출마 계획에는 “생각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가운데 ‘통합 정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후보 단일화 때 국민 앞에 약속한 ‘공동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일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안 위원장은 ‘당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민심이 양쪽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는 게 객관적 사실이다. 좀 더 국민 옆에 다가가서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중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민의힘은 예전의 일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인식돼 있는데 이런 부분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마땅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당으로 돌아와 당권을 잡고 본인의 세력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반복하거나 국민적 지지를 상실할 경우 국정 운영 2인자인 총리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총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안 위원장은 다만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당권이라는 게 이준석 대표 임기가 내년까지니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는 안 위원장이 이 대표가 1년가량 남은 임기를 마치는 시점인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 역시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합당 이후에 정당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러면 당연히 환영한다”며 안 위원장의 당 복귀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이 당으로 복귀할 경우 첫 번째 시험대는 6·1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권 부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모두 윤 당선인의 신임을 받거나 당내 기반이 탄탄한 중진 의원들이다. 이에 맞서려면 안 위원장으로서는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사람을 많이 당선시켜 세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안 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장을 직접 맡거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국민의당의 지분을 더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본다면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 (당 대표 도전 등) 다음 행보를 바라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껄끄러운 관계인 이 대표와의 ‘어색한 동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안 위원장이 6·1 지방선거를 지휘할 뜻이 있는 것 같다’는 시각에 “선거대책위원장, 이런 역할을 기대한다면 당과의 일체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그러니까 새누리당 계열 정당과의 인연은 별로 없었다”며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