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주류 전문회사인 신세계L&B가 국내 발포주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로, 일반 맥주보다 주세가 낮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 '필굿'과 2위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발포주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뛰어듦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L&B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이하 레츠)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세계L&B가 자체 발포주 브랜드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츠의 맥아 비율은 9%,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스페인 현지 맥주 양조장과 협업해 '소맥'(소주+맥주)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 한 것이 특징이다.
"레츠, 올해 100억 매출 목표"
발포주는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맥주 세율은 72%이지만, 기타주류 세율은 30%라 맥주보다 저렴하다. 필라이트와 필굿(500㎖) 가격은 1600원으로, 국산 맥주(2500원)보다 저렴하다. 레츠 가격은 200원 더 비싼 1800원으로 책정됐다. 보리 함량을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인 99%로 높이는 등 품질을 강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L&B는 다음달 1일부터 이마트24 등 편의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에서 레츠를 판매할 계획이다. 일반 음식점 등 유흥 채널에도 발포주를 유통한다. 그동안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가정 채널에서만 발포주를 선보여왔다. 출시 첫 해인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0억 원이다. 이는 신세계L&B 전체 매출의 5% 가량이다. 레츠를 비롯한 맥주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는 "이번 발포주 론칭으로 와인 1위 수입사를 넘어 진정한 종합주류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이트 잡아라" 경쟁 치열
신세계L&B가 발포주 시장에 뛰어든 것은 높은 성장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9년 20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00억 원까지 확대됐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3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국내 발포주 1위는 2017년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필라이트다.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필라이트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1%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355㎖ 환산 기준)은 13억 7000만 캔을 기록했다.
고물가도 발포주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맥주 매출은 2019년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불매 운동으로 수입 맥주 1위 일본 맥주가 휘청한 데다 지난해 12월부터 하이네켄 등 대부분의 수입맥주가 편의점 4캔 묶음 행사 가격을 1만 원에서 1만 1000원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신세계L&B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준 한 캔에 2000원 이하인 발포주 매출은 전년 동기 간 대비 4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주류 선호도도 양극화 하면서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싼 술이 인기를 얻는 추세"라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발포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