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구현할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국민의힘 대표 전략가인 재선 추경호 의원, 이명박(MB) 정부 실력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박근혜 정부의 구조 개혁 사령탑을 맡았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초대 국무총리는 172석의 더불어민주당과 협치할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맞춰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과 부동산법 개편에 앞장설 경제부총리로는 실무형인 관료 출신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 정부 부처에 따르면 초기 경제 사령탑에 장관급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초기 국정을 안정시키려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잘 아는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며 “학계 출신을 기용하면 (민주당과 협상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실용주의와 국민 이익을 국정 과제 기초로 삼아 달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이 같은 의지에 따라 초대 경제부총리는 관료 출신의 실무형 인사가 전진 배치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관가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장관급 고위 공직자 출신들은 대부분 자기 관리가 철저해 인사 청문회를 무난히 넘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 정책통으로 꼽히는 추 의원이다. 윤 당선인은 추 의원을 새 정부의 조직 개편과 국정 과제를 다루는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분과 간사로 임명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맡은 임무를 보면 추 의원이 초대 부총리로 가장 유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25회인 추 의원은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1차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거쳤다. 2016년 대구 달성군에서 제20대 국회의원이 됐고 지난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초대 경제 사령탑에 추 의원의 이름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초대 총리와 마찬가지로 거대 야당과 협치가 가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는 윤 당선인이 제1 공약으로 내세운 ‘50조 원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예산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이 강조한 ‘부동산 안정’에 맞춰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제 개편도 해야 한다. 모두 거대 야당의 벽을 넘어야 하는 숙제다. 산적한 차기 정부의 초기 국정 과제를 볼 때 추 의원보다 적합한 인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추 의원은 최근까지 원내수석부대표로 민주당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법안을 논의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넓은 인맥도 보유하고 있다. 언론과 동료 의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신사적인 정치인에게 주는 ‘백봉신사상’을 2년 연속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협치·협상형’ 인사 대신 ‘추진·돌파형’ 경제부총리를 지목할 가능성도 있다. 최 전 장관도 물망에 오른 이유다. 행시 22회인 최 전 장관은 기재부 1차관을 거쳐 MB 정부 경제수석을 역임한 정책통이다. 여기에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 장관, 제8회 한미협회 회장도 지냈다. 경제 기획과 재정에 이어 산업부 등 실물경제에 능통하고 미국 경제·외교계의 인맥도 두텁다. 최 전 장관은 미국 월가로부터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일을 시작하면 매섭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관료 시절에는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히기도 했다.
임 전 금융위원장도 새 경제 사령탑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조 개혁 전문가인 임 전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대전환을 앞세운 윤 당선인의 경제 철학과도 맞아떨어진다. 전남 보성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은 행시 24회로 MB 정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을 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조선 산업을 구조 조정해 침몰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한편 추 의원과 최 전 장관, 임 전 장관은 초대 경제부총리 인선과 관련한 서울경제의 취재에 말을 아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인사 검증 동의서를 쓰는 순간 인사와 관련해서는 말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