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임금·감정노동에…콜센터 상담노동자 48% "극단적선택 생각"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경제적 어려움·스트레스 등 직업적 문제 원인





콜센터 상담노동자 중 절반가량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콜센터 상담노동자는 점점 더 높은 업무 강도와 전문성을 요구받으면서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의뢰해 지난해 8∼10월 공공·민간부문 콜센터 상담노동자 1996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과 업무 환경, 감정노동, 건강 상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영향 등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조사에 응한 상담사의 48%는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런 경험이 '응답일 기준 1년 이내'라고 답한 비율이 30%나 됐다.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등 직업적 문제가 각각 55.6%, 5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25.3%에 달했다.



휴게공간이 별도로 없다는 응답도 15.5%였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도입된 뒤에도 상담노동자들이 겪는 폭언·성희롱 등 감정노동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는 주 1회 이상 감정노동을 겪었고, 고객으로부터 월평균 폭언 11.6회, 성희롱 1.1회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으로도 상담사 3명 중 2명이 업무 관련 질환으로 한 가지 이상 진단을 받았고, 3명 중 1명은 이로 인해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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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들은 지나치게 많은 콜 수 등 실적 압박, 업무에 대한 과도한 모니터링 등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월평균 5∼6회 경험하고, 직장 내 괴롭힘도 겪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의 86%는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없거나 유명무실하다고 했다.

상담노동자 면접조사에서는 이 같은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 공단 콜센터 상담사인 30대 A씨는 "전화를 받는 중간마다 단체 메신저에 (콜 수별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웠다"며 "전화를 받으면서도 메신저를 확인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 고충은 엄청났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B(47)씨는 "팀원이 25명인데 인형 2개를 가져다 놓고 화장실 갈 때는 자기 자리에 인형을 두고 가도록 했다"며 "누군가 화장실에 가서 인형이 없으면 못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 상담노동자의 저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 ▲ 감정노동자로서의 상담노동자 보호조치 ▲ 적절한 휴게권 보장 등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업장 내 보호조치 ▲ 상담노동자 노동삼권 보장 등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인권위는 다음 달 1일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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