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대수술’이 예고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견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불거진 ‘전방위 통신조회’ 논란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독소조항’으로 꼽아온 공수처법 24조에 대해서는 “폐지에 반대한다”고 밝혀 향후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30일 공수처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 미흡했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공수처도 대체로 이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 당선인이 연루된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 수사팀의 주임 검사인 여운국 차장이 참여한 가운데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늘어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공수처 수사 책임자인 여 차장은 간담회에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차장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는 인수위 측의 지적에 “처장에게 보고, 전달하겠다. 처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또 “공수처에 통신자료 조회를 무차별적으로 행사한 점을 지적했다”며 “공수처는 통신자료심사관, 인권수사정책관을 도입하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자문단 활성화 등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다만 공수처는 핵심 쟁점인 ‘공수처법 24조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공수처법 24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와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권을 규정한 조항이다. 윤 당선인은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를 규정한 이 법으로 주요 사건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핑퐁식 사건처리, 사건지연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반면 공수처는 인수위에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으로, 이 법이 없다지면 공수처도 없어진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공수처법 24조에 대한 법 개정은 인수위 차원을 넘어 국회에서 논의해 해결할 문제”라면서도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은 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폐지를 밀어붙일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여러 쟁점 중 하나였던 특별감찰관과 감사원, 공수처 간 업무 중복 문제와 관련해선 별도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