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코로나와 스마트도시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비대면 원격 업무가 가능한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도시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스마트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도 예상하고 있다. 위축됐던 도시 생산 기능이 스마트 기반 시설을 갖춘 도시에서 회복돼 도시가 다시 인재들이 모여드는 기회의 장소로 문명과 문화를 주도한다는 의미다.

지난 산업혁명 시대도 다르지 않았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런던은 공해와 오염, 그리고 온갖 질병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수천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인류는 도시의 위생과 환경문제를 당시 첨단 기술인 내연기관과 전기를 활용한 ‘근대도시’ 모델로 해결했다. 승강기를 갖춘 아파트와 증기기관을 얹은 공장은 생활양식과 생산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면서 도시 공간의 혁명을 이끌었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가운데 있다. 세계는 스마트 도시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나라와 기업으로 항상 한국을 꼽는다. 우리는 5세대(5G) 등 첨단 통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도시 건설 경험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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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도시들은 많은 나라들이 꿈꾸는 스마트 도시의 생활양식이 낯설지 않다. 스마트페이·공유자동차·방재시스템·온라인거래 등이 일상생활화됐다. 집은 학교와 회사, 그리고 스타트업 등 원하는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스마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도 시도되고 있다. 우리 도시들은 이미 다른 나라 도시들의 미래가 돼가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스마트 도시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멘스·시스코·구글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기업은 이를 미래 전략 사업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스마트 도시를 서비스와 기술 구현으로만 보거나 건설과 도시개발로만 보기 때문이다. 스마트 도시는 이 모두를 통합한 지식산업이며 유관산업을 견인하는 전방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우선 필요하다. 또한 성공한 스마트 도시는 기술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3차원적 도시계획·설계를 아우르는 특별한 마스터플랜을 적용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 도시의 실현과 성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는 기획과 계획 역량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이 수많은 스마트 도시 사업과 서비스를 실현하고 운영해본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면 상품화는 어렵지 않다.

코로나 위기는 스마트 도시로의 선도적 전환을 앞당기는 중요한 기회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다음 세대의 건강한 삶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류적 가치를 첨단 기술과 함께 담을 때 세계적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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