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문제는 소가 아니라 소를 키우는 방식”

■소고기를 위한 변론

(니콜렛 한 니먼 지음, 갈매나무 펴냄)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소고기를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인류 건강 위협, 제3세계 기아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신간 ‘소고기를 위한 변론’은 유행처럼 번지는 육식 때리기가 정당한 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비판한다. 저자는 미국 환경보호단체의 변호사로 일하며 공장식 축산을 반대했던 니콜렛 한 니먼이다. 30년간 채식주의자였던 그녀는 남편을 만나 목장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소가 풀을 뜯도록 해야 지구와 인류를 살릴 수 있다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니먼은 ‘지구가 소떼로 덮이고 있다’는 서사부터 허구라고 지적한다. 전세계 소의 숫자는 100년과 비슷하고 최근 미국에서 소고기, 버터, 동물성 포화지방의 소비도 대폭 줄었다. 저자는 “비만과 만성질환 급증의 책임은 적색육과 동물성 지방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포장스낵, 설탕, 밀가루, 식물성기름의 소비에 있다”며 “소와 소고기 때리기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를 엉뚱한 데로 돌리는 자극적인 슬로건”이라고 비판한다.

관련기사



또 그는 땅은 식물 경작지보다 방목지로 쓰일 때 토양이 비옥해지고 동식물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애초 과잉 작물 재배로 인해 이미 척박해진 땅을 재활용하는 탓에 가축 방목장으로 쓰면 생태계가 훼손된다는 오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소가 풀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메탄을 내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산화탄소와 달리 몇 년내에 자연 분해된다. 나아가 그는 대규모 농장이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고 대체육을 먹는 채식주의자들이 오히려 환경 파괴에 일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콩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나 작물재배로 인해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고기는 건강의 적’도 아니다. 소고기가 몸에 나쁘다는 주장의 뿌리는 1953년 미네소타대 연구진의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진은 22개 국가의 데이터를 확보해놓고도 7개 나라 자료만 취사선택해 포화지방이 심혈관질환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설탕 소비량과 상관 관계가 높았다.

다만 니먼은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를 위해 항생제를 먹이는 공장식 축산이 아니라 토양의 활기를 복원해주고 소를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는 윤리적 방식의 방목을 제안한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소가 사육되는 방식이며, 문제는 소고기가 아니라 설탕과 밀가루, 식물성 기름이다.” 1만9800원.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