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유튜브 시청이 유일한 낙인 김 사원(29). 즐겨보던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버가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엉덩이에도 뇌가 있다는 말인가” 의아해 하던 중 장시간 앉아있어 엉덩이 근육이 약해졌다는 뜻임을 알게 됐다. 김 사원 또한 하루에 7시간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데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하루 절반을 앉아서 보내는 터라 남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진단법으로 체크해보니 김 사원도 엉덩이 기억상실증이 의심되는 상황. 허리디스크로 상태가 악화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유튜버의 말에 불안해진 김 사원은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8.3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연간 노동시간은 2020년 기준 1927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무려 200시간이나 길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의자와 한 몸이 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평소 앉아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들은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란 엉덩이에 힘을 주는 법을 잊어 근육이 약해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앉아있는 동안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뒷 근육이 계속해서 이완되는 것이 원인이다. 엉덩이 근육은 몸 중심에서 허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육 약화가 진전되면 요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만약 비슷한 증상으로 엉덩이 기억상실증이 우려된다면 김 사원처럼 간단한 자가진단법으로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도 좋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엎드려 다리를 뒤로 들어 올려 보는 것이다. 이때 엉덩이가 딱딱하다면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엉덩이가 말랑말랑하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경우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진단 결과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해당되는 것 같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을 방치하면 고관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져 골반을 단단히 잡아주지 못하면 골반과 다리뼈를 이어주는 고관절이 변형되거나 골반 주변 인대가 손상돼 염증 및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골반이 틀어져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 등 각종 근골격계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가진단 시 엉덩이가 말랑말랑한 상태와 함께 골반이나 허리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이미 증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는 고관절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약침치료, 추나요법, 한약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환부 주위에 약침을 놓아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고 연골과 뼈를 보호한다. 이어 한의사가 직접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고관절 주변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인다. 여기에 환자의 세부 증상 및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빠른 통증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오래 앉아있는 것이 원인인 만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개선도 필수다.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엉덩이의 기억을 돕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무실에서도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는 ‘백 킥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양손은 허리에 올린 뒤 오른쪽 다리를 대각선 뒤로 쭉 뻗는다. 숨을 들이마시며 다리를 제자리에 두는 동작을 10회 반복하면 된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총 3세트를 실시하면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고 고관절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결국 엉덩이가 힘쓰는 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해서 우리까지 힘을 내는 방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처럼 걷고 싶어지는 날씨에는 자주 걷는 것을 권한다. 엉덩이가 의자 위에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면 밖으로 나가 기억을 되찾아 주도록 하자./ 황동규 대구자생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