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항원을 보유한 경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조기에 시작해야 간암 진행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대목동병원은 소화기내과 이한아 교수와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 연구팀이 B형간염 바이러스 외피항원(HBeAg)이 양성인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간암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16개 대학병원과 유럽·북미지역 11개 기관의 B형간염 환자 9862명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 중 HBeAg이 양성일 때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낮았다. 한국인 환자의 경우 발생 위험이 약 54~59%까지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이른 시기에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함을 밝혔다. 그간 논란이 있었지만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간의 염증이 B형간염이다. 심한 경우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B형간염은 경과에 따라 ‘면역관용기-HBeAg 양성간염기-비활동성 보유기-HBeAg 음성간염기’의 4단계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염증 반응이 심한 HBeAg 양성간염기와 HBeAg 음성간염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권고해 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했을 때 간암 발생 위험이 더 낮은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외 27개 기관과 협력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HBeAg이 양성일 때 신속한 치료를 할 경우 HBeAg 음성이 된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간암 예방 효과가 높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한아 교수는 “그간 만성B형 간염 항바이러스 치료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신속한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동대학 석·박사를 마치고 올 3월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에 부임했다. 전문 진료 분야는 간암, 간경변, B형간염 등 간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