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1일(현지 시간)부터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표기한 여권을 발행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3월 31일 ‘트렌스젠더의 날’을 맞아 여권 신청서에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인 ‘젠더X’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젠더X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녔거나 간성(남성이나 여성의 정의에 규정되지 않은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 성별 구분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도입됐다. 국무부는 내년부터는 여권 외 다른 서류에도 젠더X를 추가할 방침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며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존엄·평등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우리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여권 신청 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다. 선택한 성이 다른 신분 증명서에 표기된 것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의료 증명서 제출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한 일부 주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일부 주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보수 성향 주에서는 트렌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3월 28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유치원부터 초교 3학년까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대한 수업을 금지하고 이외 학년생에게도 적절한 나이가 될 때까지 해당 교육을 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오클라호마와 애리조나 등 일부 주는 트랜스젠더 소녀들이 여성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