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그래도 시장경제가 답이다] 가상자산 독과점 심각…투자자 보호 위해 '기본법' 서둘러야

[관련 법안 8개 국회서 낮잠]

규제 공백에 소수업체만 이득

은행·증권업계 시장진출 허용

공정 경쟁·활성화 발판 마련을





‘55조 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밝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다.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 3000억 원으로 코스닥시장(11조 8500억 원)에 맞먹는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등록된 이용자는 1525만 명으로 국내 총인구의 3분의 1을 넘는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업 기본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의 독과점 폐해만 커질 뿐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발전도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이라도 제도권 금융기관의 진출 길을 마련할 가상자산업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 및 금융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도록 하는 가상자산업 기본법 등 총 8개 법안은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하고 있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8개 법안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걸로 안다”며 “그러나 가상자산 실체, 소유권 등 세부적인 사항 등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며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 기본법 제정이 미뤄질수록 득을 보는 것은 일부 독과점 업체다. 반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 2411억 원에 달한다. 4대 은행 중 우리은행(2조 3851억 원)을 소폭 앞선다. 입법 지연으로 기존 금융 업체들의 진입이 막히며 소수 거래소가 수익을 독과점하는 것이다. 소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소비자의 편익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가상자산업 기본법이 제정되면 암호화폐 검증, 시세 조작 문제 등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지금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공백 속에서 시세 조종은 물론 소위 말하는 ‘알트코인’들이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와 시장이 혼탁해지는 등 투자자 보호가 어려웠다”며 “가상자산업 기본법을 통해 규율하면 시장이 더욱 투명해져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벽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제도권 금융기관도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욕심을 내고 있다. 증권과 은행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면 투자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 시장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증권 업계야말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가장 바라는 업권이다. 위탁거래를 업으로 해온 곳인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등에 있어서 어느 업권보다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동성이 큰 상품에 익숙한 증권사가 먼저 가상자산을 다루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특히 강점을 보일 분야는 증권형 토큰(STO)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철 금융투자협회 산업총괄부 부장은 “증권 업계에서는 증권과 유사한 STO 쪽에 관심이 많다”며 “가상자산업 기본법 입법과 자본시장법상 STO를 제도권으로 편입할 기반이 마련된다면 관련 시장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진출 의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길을 터주는 입법이다. 성 교수는 “무엇보다 가상자산업 기본법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해야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 업계도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30일 은행연합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출용 ‘은행업계 제언’ 보고서 초안 중 자산관리 서비스 혁신 항목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 허용’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서종갑·조윤진 기자


서종갑 기자·조윤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