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익외교·재정·국제수지·생산성…한덕수, 4가지 과제부터 짚었다

안정과 성장 경제안보 두 축 실현

국방·외교서 정부 역할 강화하고

尹 내세운 '민간주도의 성장' 지원

국방력 강화·국제수지 흑자 확대

정부 주도 일자리·복지에는 메스

재정건전성 높여 '생산성 혁신'도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차분하게 현재의 당면 과제부터 설명했다. 당장 대한민국 앞에 놓인 위기의 징후들이 너무 짙어서다. 백전노장답게 현재 부닥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도약은 어렵다는, 그의 본능적인 감각의 발로였다.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으로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에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이런 아주 큰 짐을 지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큰 그런 책임을 느낀다”며 “제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행정부·입법부·국민들과 협조해 가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책임총리로서 초대 내각을 이끌 한 후보자는 ‘안정과 성장’을 두 축으로 윤 당선인이 특별히 주문한 경제 안보를 실현한다는 각오다. 한 후보자는 국가의 중장기 과제로 △국익 외교와 국방 자강력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높은 국가 유지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를 바로 세워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한 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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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자는 우선 국익 외교와 국방의 자강력을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국익 외교, 그리고 국방의 자강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외교와 국방에 대해 국가가 온 노력을 기울여서 국익을 신장시키는 외교를 하고 강한 국방과 자강을 위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자는 “전염병 대응을 위한 엄청난 재정 확장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우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정부만이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해 온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예산에 과감히 메스를 들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시적인 재정 정책 확대에는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반드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 후보자는 굳건한 안보 태세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안정적 기반을 조성한 뒤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해 한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제 전문가인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이 무역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수지 흑자를 강조한 점 역시 안정을 추구하는 한 후보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속적인 국제수지 흑자로 외환이 쌓이면 한국 경제는 대외 충격을 이겨낼 내성이 강해진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에 투자할 국가적인 여력을 키운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정 수준의 국제수지 흑자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불안해지면 외환위기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며 “최근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일어나는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로 국제수지 적자를 불러오고 있는데 이 문제가 단기적 문제로 그칠 건지, 아니면 우리 경쟁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생산력 높은 국가가 유지돼야 한다. 이것은 교육을 통한 훌륭한 인력, 노동력이 확보돼야 하고 금융 개혁을 통한 양질의 자본이 공급돼야 한다”며 “불평등한 사회,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 협치가 이뤄지지 않는 정치는 총요소 생산성을 낮춘다. 깨끗하지 않은 사회, 경제적 갈등은 부의 효과를 가져오므로 국가가 항상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 후보자의 비전은 윤 당선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윤 당선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정체,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우리 사회 병폐의 원인을 성장 부족으로 진단했다. 잠재성장률을 2%에서 4%로 두 배로 높이겠다는 공약도 성장을 해야 일자리와 소득이 동시에 늘어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졌고 노동시장 경색을 불러일으키며 노동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 한 후보자는 정부의 재정·정책 개입을 최소로 한 민간 주도의 생산성 혁신을 촉진할 예정이다.

한 후보자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총리실 주도로 경제 안보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성장을 하려면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부터 극복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수출 상승세 속에서도 원유·광물·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화 안전망에 경고가 들어온 상황이다. 한 후보자는 인수위에서 준비 중인 신흥안보위원회를 경제 안보 관점의 외교·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기구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안보위원회는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사이버 위험 등 새로운 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한 후보자는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뭉쳐서 굴러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는 어려움은 세계화 개방, 시장경제를 다소 변경시켜야 하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면서 “국정 운영에 있어서 세밀하게 대응해야 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국익 중심 외교, 강한 국가를 위한 자강 노력을 매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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