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3년째 공익위원이 칼자루…업종별 차등화도 노사갈등 뇌관

[윤석열표 '노동정책' 시험대]

내일 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사용자·근로자 위원 각각 9명씩 같아

결국 공익위원이 매번 '캐스팅보트'

"文 정부 공익위원 교체해야" 주장 속

새정부서 교체땐 중립성 훼손 지적도

"최저임금 의사결정 구조 수술 필요

정치 목적으로 결정되는 일 없어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7월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7월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7월 12일 오후 11시 10분.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린 정부 세종청사 전원회의장이 갑자기 들썩거렸다. 마라톤 회의에도 노사 이견으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하자 공익위원이 마지막 카드로 심의 촉진 구간(결정 범위)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제안 직후 근로자 위원 4명이 항의하며 회의실을 떠났고 30여 분 뒤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퇴장했다. 결국 회의장에 남은 나머지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은 이렇게 찬성 13명, 반대 0명, 기권 10명으로 결정됐다.



2009년 이후 13년 동안 매년 최임위가 최저임금을 결정해 온 방식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동수로 구성된 총 27명이 참여한다. 하지만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고 있다. 최임위 구성과 의사 결정 방식을 개편하지 않을 경우 올해 역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의 최저임금을 문재인 정부의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올해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업종별 차등화 적용이 노사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의 업종별 차등화 도입 주장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급가속·급브레이크…오락가락 최임위=최임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 초기 2년 연속 급 가속페달을 밟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에 달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률 충격은 임금 지불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급격한 최저임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최임위는 2020년 2.9%, 2021년 1.5%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번에는 노동계에서 ‘1만 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역풍이 불었다. 다시 올해 최저임금은 5.05% 올랐다. 하지만 친노동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연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보수 정부였던 박근혜 정부의 7.4%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16.4%는 과속이 맞다.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 정부 내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캐스팅보트’ 공익위원, 정권 교체기 딜레마=최임위에 대한 최대 관심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공익위원의 거취다.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합의로 결정된 해는 7번뿐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사 합의에 실패하고 모두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지난해처럼 노동계의 퇴장이 빈번해 표결의 영향력은 항상 공익위원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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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권을 쥔 공익위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2024년까지인 임기를 보장해야 최임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법적으로도 정부가 결격 사유가 없다면 공익위원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 정권 교체에 따라 공익위원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의 초반 과속과 같은 정부의 입김이 되풀이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 3명, 중도 4명, 보수 2명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급격한 인상 시기에 위원들이 대부분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중립적 구성이라는 평가다.

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익위원을 교체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교수는 “대통령이 공익위원을 위촉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처럼 윤석열 정부에 ‘공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밝힌 업종별 차등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맥락을 같이한다. 업종별 차등화는 지난해 최임위에서도 논의됐지만 노동계의 강한 반대로 무산된 논쟁적인 제도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1988년만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지난해 업종별 차등화 도입이 이르다고 결론을 낸 위원들이 다시 최저임금을 심의하면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경영계에서 나온다.

◇공익위원 교체돼도 중립성 논란 불 보듯=만일 공익위원이 교체되더라도 중립성 논란과 노사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사가 입장을 관철하려면 결국 공익위원의 표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계가 공익위원 전원 교체를 공개 요구하면서 압박한 배경이다. 만일 공익위원들이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새로 채워진다면 노동계의 반발 수위는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최임위는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이라는 상징성이 너무 강해 노사간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저임금 심의 기간이 4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8월 5일 법정 고시일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라는 점도 노사간 치열한 갈등을 예고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임위가 노사 힘의 대결로 비춰지고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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