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노력이 핵심입니다.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해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그룹이 신성장 엔진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때 오프라인에서 유통업계의 맏형으로 불렸지만 디지털 전환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적이 악화하자 바이오·헬스·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향해 칼을 빼든 것이다. 롯데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롯데가 100억 원 이상의 M&A 및 지분 투자를 진행한 건수는 12건에 이른다. 금액도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롯데의 기업결합 신고 건수도 14건에 달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불안정성에도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업 구조 재편을 시도했다는 방증이다.
올해 들어서 차량 공유 업체 쏘카에 1832억 원을 들여 지분 13.9%를 취득했고 700억 원을 투자해 헬스케어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헬스케어와 바이오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가 외형 확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주력 산업이었던 유통 부문에서 오랜 부진을 겪은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늦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롯데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유통업계 대표 기업인 롯데쇼핑은 2017년 이후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2156억 원은 2017년 대비 73%나 감소한 규모다. 2019년 1조 2000억 원에 가까웠던 투자액은 2020년 4900억 원대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가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오프라인 강자였던 롯데를 어렵게 만들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쟁사의 추격이 더 빨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심상치 않은 경영 환경에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는 “각자의 업에서 1위를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고 올해 VCM에서는 “과거처럼 매출과 이익이 개선됐다고 만족하지 말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 투자 움직임도 빨라졌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기업 비전브이알을 120억 원에 인수해 칼리버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쇼핑은 같은 해 3월 중고나라에 3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9월에는 한샘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2995억 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월 650억 원을 들여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다드에너지’의 지분 15%를 확보했다. 롯데 관계자는 “헬스케어·바이오 등 신사업을 롯데지주에서 집중력 있게 추진해나가되 나머지 산업군에 대해서도 계열사들과 협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만큼 계열사별 M&A를 포함해 롯데의 과감한 투자 활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탄도 두둑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이 4조 7724억 원이 넘으며 현금성 자산만 1조 3945억 원에 달한다. 2019년 7236억 원, 2020년 8995억 원이었던 규모에 비하면 빅딜 여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