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집단 매장된 민간인 시신이 잇달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와 여전히 원유 등 무역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역시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 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명백한 민간인 학살 증거가 나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제재 방안으로는 러시아와 무역을 이어가고 있는 국가에 대한 2차 제재를 비롯해 에너지를 포함해 광물, 운송, 금융 등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여전히 원유와 가스 수출을 통해 생명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는 데 대해 "이러한 사진을 볼 때면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한 채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하나로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선 "우리는 매일 기존 제재를 강화하고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의 하나로 러시아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 추가 제재에 대해선 "동맹과 가장 효과적인 제재 강화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 중이지만, 동시에 유럽이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블링컨 장관은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서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 반등은 조작에 따른 것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루블화를 시장에 내놓는 것을 금지당하고 있다"며 "루블은 인위적으로 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변화를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5일부터 사흘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는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미 부차 사태를 거론하며 추가 제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EU 차원의 강력한 5차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