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이 ‘로켓배송’으로 ‘빠른 배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쿠팡을 추격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상품 피킹·패킹(picking·packing)이나 배송 부문에 AI 기술을 접목, 효율성을 빠른 속도로 높이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물류나 기술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분석과 전문 기술 역량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빠른 배송’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결국 기술 정교화 및 고도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4일 SSG닷컴에 따르면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차질 없이 상품이 배송될 수 있도록 AI를 기반으로 한 ‘TMS(배송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김종호 PDS(피킹·패킹·딜리버리 시스템)팀장은 “TMS를 기반으로 한 ‘장보기’ 서비스 만큼은 자신 있다”며 “냉장·냉동 상품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가장 최소화하는 것에 모든 동선과 속도를 효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MS의 기술적 핵심은 상품 포장에 앞서 효율적인 배차 경로 분석을 선행 한다는 점이다. 타 업체들이 전체 주문 상품을 포장한 후 배송 권역별로 ‘별도의 분류 작업’을 거치는 것과 달리 SSG닷컴은 포장 단계에서부터 배송 권역별로 상품을 나눠 진행한다. 김 팀장은 “포장을 다 해놓고 상품을 분류하면 상품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며 “배송 기사들도 담당 권역별로 분류된 상품만 가져가면 되기 때문에 분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숙련 여부와 상관없이 배송 기사가 10년 차처럼 능숙하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경로 배정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내비게이션처럼 경로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배송 기사들의 배송 경험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다. 이밖에 TMS는 매장에서의 상품 피킹 속도를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피킹 경로까지 분석한다. 또 최근 TTS(배송 추적 시스템)를 내재화해 배송 기사의 실시간 위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주문 및 상품 정보들을 토대로 TMS가 최적의 배송 패턴이라는 결괏값을 도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분. 김 팀장은 “주문 후 3~4시간 안에 배송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1~2시간 안에 배송 경로 분석과 상품 포장이 끝나야 한다”며 “고객에게 배송 예상 시간을 알려주는 ‘알리미 서비스’의 정확도도 9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고 강조했다.
SSG닷컴이 쓱배송과 새벽배송 등을 통해 하루에 소화하는 자체 배송 건수는 약 15만 건이다. SSG닷컴은 고도화된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더욱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익일 배송 ‘쓱배송 원데이’를 향후 RDC(광역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 외에도 다양한 e커머스 플랫폼들이 기술과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에서 클라우드 관련 업무를 맡았던 류형규 CTO를 영입했고, 대규모 투자 자금을 물류 효율화에 쏟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루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상품의 피킹·패킹의 시간과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