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옥죄는 美, IPEF 전면에…尹정부 경제안보 첫 시험대

[IPEF 이르면 이달 출범]

◆바이든 '亞 무역질서' 재편

美, 중국 위협대응에 943조 투입

경제·안보전략 '新 핵심축' 구축

脫세계화 등에 IPEF 중요성 커져

수출의존도 높은 韓엔 사활 걸려

늑장 부린 'TPP 失期' 재연 안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달 나온 미 무역대표부(USTR)의 ‘대통령 무역정책 어젠다와 2021년 연례 보고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 “인도태평양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며 “(IPEF는) 이 지역에서의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 전략의 중심이며 이 지역의 국가안보 목표를 보완한다”고 설명한다. IPEF가 단순한 경제 협상을 넘어 안보까지 뒷받침하는 새로운 전략 틀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워싱턴과 뉴욕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미국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양대 축으로 중국 방어를 최우선 순위에 둔 7730억 달러(약 943조 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 국방 예산과 함께 IPEF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협정 출범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리면서 IPEF가 윤석열 정부의 첫 외교통상 정책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 작정하고 공을 들이는 새로운 협정 논의에서 한국이 자칫 혼선을 빚거나 늑장을 부릴 경우 미국의 가치 동맹에 기반한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2군’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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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다음 달이면 닻을 올릴 예정인 IPEF는 △디지털 경제를 비롯한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을 주요 분야로 삼는다. USTR는 “IPEF는 높은 수준의 노동 기준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 디지털 경제협력 등을 다룰 것”이라며 “서플라이체인의 복원력도 다룬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공급망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 기조가 무너지고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 간 경제 블록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존 무역협정으로는 공급망 문제를 사실상 다룰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IPEF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IPEF는) 군사 협력과 공동 기술 개발 같은 의제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미국이 IPEF를 인도태평양 경제 질서의 핵심 축으로 여기는 만큼 전문가들은 한국의 새 정부가 IPEF 시대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IPEF까지 세 가지 큰 협정이 혼재하겠지만 RCEP는 중국이 주도하고 CPTPP에는 미국이 빠져 있다. 앞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IPEF는 CPTPP에 가입하거나 이를 재창조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CPTPP에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가령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반도체 부품의 70%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핵심 설비수출의 키를 쥐고 있다.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없이 공급망을 다루는 IPEF가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와 무역을 좌우할 핵심 협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일본·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하나로 묶는 별도의 ‘칩4(Chip4) 동맹’도 추진 중으로 IPEF 대응에 따라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초기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IPEF에 관심 있는 주요국 장관들이 4~5월에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IPEF의 초기 참여국으로 거론되는 나라는 호주·뉴질랜드·한국·일본·싱가포르 등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IPEF가 늦어도 5월에 출범하게 된다면 한국 입장에서 이는 매우 시급하고 중차대한 이슈”라며 “2010년대 초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진행 초기에 미국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그때 실기한 것이 지금도 CPTPP 가입 문제로 애를 먹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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