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빚더미 앉은 코스타리카 '경제학자' 대통령 택했다

독재자와 동명이인 '차베스' 당선

前 재무장관 출신…세계銀 재직도





남미 코스타리카 대선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사회민주진보당(PPSD)의 로드리고 차베스 후보(60·사진)가 국가해방당(PLN)의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후보(67)를 꺾고 승리했다.

로이터와 AFP 등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코스타리카 최고선거재판소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 개표를 99% 진행한 시점에서 차베스 후보가 52%, 피게레스 후보가 46%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피게레스 전 대통령은 초반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패배를 시인하고 차베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선이 확정되면 차베스는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5월 8일 취임해 앞으로 4년간 코스타리카를 이끌게 된다. 독재자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는 동명이인이다.



차베스 후보는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에서 30년가량 근무했다. 이념적으로는 중도 우파로 분류된다. 차베스 후보는 2019∼2020년 카를로스 알바라도 현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냈으나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며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지난해 신생 정당인 사회민주진보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한 그는 정치 개혁과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1차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관련기사



1994~1998년 대통령을 지낸 피게레스 후보는 경험과 안정을 무기로 내세웠으나 두 번째 집권에 실패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3%에 이르는 등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낮았다. 피게레스 후보는 대통령 퇴임 후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90만 달러(약 10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차베스 후보는 세계은행에서 일하던 2009∼2013년 여성 직원들을 성희롱해 강등된 바 있다.

군대가 없는 나라로 유명한 코스타리카는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관광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실업률이 14%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1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광범위한 사회적 불만과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 속에서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를 거부했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코스타리카 전체 인구 510만 명 가운데 빈곤 인구가 23%에 달하고 실업률이 14%를 기록하는 현실에서 유권자들이 경제를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경제를 회복시키고 빈곤율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상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