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러 "'부차 학살'은 조작" 주장하지만…위성사진에 드러난 진실

3월 9~11일 찍힌 위성 사진에 시체 추정 물체들 등장

"영상 조작된 것" 주장 검증해보니 '차창 얼룩' 판명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3일(현지 시간) 공공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누워 있던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우크라이나 부차에서 3일(현지 시간) 공공 근로자들이 길거리에 누워 있던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러시아가 연일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위성 사진과 영상 분석 등으로 러시아의 주장을 검증한 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월 9~11일에 찍힌 부차의 야블론스카 거리 위성사진엔 사람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검은 물체들이 길 위에 놓여 있다. 앞서 2월 28일 찍힌 사진엔 거리에 별다른 물체가 없었다. 러시아가 부차를 점령한 이후 이같은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NYT는 이달 1일에 부차의 지방의회 의원이 촬영한 야블론스카 거리 동영상을 보면, 위성 사진의 검은 물체들이 자리한 위치가 시신들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전했다. 부차 시민들의 시신이 3주 이상 같은 자리에 방치돼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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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도 러시아 측이 조작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의 진위를 검증한 결과를 4일 보도했다. 최근 친러 성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들은 한 차량이 부차의 거리를 주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게재하면서 '거리 위에 놓인 시신의 팔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가짜 시체가 등장하는 영상"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부차 사태'를 조작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BBC는 "영상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움직이는 팔'은 차창에 묻어 있는 얼룩"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가 "시신들의 몸이 4일이 지난 후에도 굳지 않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BBC는 익명의 법의학자 발언을 인용해 "'사후 경직'은 통상 4일이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전했다. 인간의 신체는 사후에 근육이 굳으며 뻣뻣해지는 과정을 거치는데, 실제로는 4일 정도 후에 이 현상이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차 집단학살 정황은 러시아군이 최근 이 곳에서 철수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도시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은 우크라이나군은 시내 곳곳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 수백 구를 발견했다. 많은 시신이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가슴이나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고, 한 교회 앞에는 시신들의 집단 매장지도 있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집단학살 의혹이 우크라이나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반발 중이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의 선전전 기구가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러시아군이 부차를 점령한 동안 "단 한 명의 현지 주민도 폭력 행위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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