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 칼럼] 한국의 새 정부를 보는 중국의 시선

習, 尹과 통화서 상호 존중 밝혔지만

IPEF 참여 기정사실화·사드 추가 등

美에 쏠린 행보에 탐탁지 않은 기색

정권초기 치열한 탐색전·기싸움 예고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이 한국의 대선 결과뿐 아니라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과 한중 관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표 직후 한국 대선 기사를 읽은 중국의 네티즌이 수억 명에 달하고 수백만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열기가 식자 새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연일 개최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학계는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 가뜩이나 어려운 한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여론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에서는 주로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중국에 대한 ‘굴욕 외교’ 비판, 한미 가치 동맹의 강화,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등에 근거해 논쟁 중이다. 편차는 있지만 새 정부가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중국을 보는 접근법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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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윤석열 당선인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상견례를 겸해 전화 통화를 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 관계의 발전 방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북한의 비핵화 실현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취임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회동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국과 중국 모두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존중’을 언급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대등한 입장에서 ‘중국에 할 말은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은 윤석열 당선자가 상호 존중을 언급했다는 내용을 빼고 시진핑 주석이 상호 존중을 견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부각했다. 중국에서 제기한 ‘존중’은 대만 문제 등을 포함한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며 더욱 공평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이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와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공급망 재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중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에서 치열한 탐색전과 기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미국에 한미정책협의단을 파견해 새 정부가 포괄적 한미 전략 동맹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참여를 기정사실로 하고 쿼드 참여, 민주주의 정상 회의 등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것은 제한적 손상을 감수하더라도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전략적 명료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외교적 메시지는 직간접적으로 중국에도 전달될 것이다. 비록 한중 양국의 민간 정서가 악화되고 있으나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교역 규모는 3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무역 의존도도 23.9%에 달했으며 242억 달러의 대중국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우리 산업을 움직이는 부품·소재·자원 부문에서 당분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대체하기 어렵고 무역 다변화에도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있다.

가치와 이익을 섞는 것은 이른바 ‘외교적 위선’의 가장 현실적 수단이다. 즉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기가 필요하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호혜를 확보하면서도 보편 가치에 대한 국가 정체성을 발신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논의처럼 의지의 영역이 분석의 영역을 압도한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특정 사안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입구론’은 외교적 경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최대한 유연해야 한다. 이런 오류는 새 정부에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시 상황으로 간주하고 국민 통합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외교는 빼고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에서부터 통합’을 추진할 때 정책의 진자 폭과 매몰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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