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꽃장수






- 곽재구

젊은 여자 약사가

할머니의 구부러진 등에

파스를 붙이는 모습을

낡은 손수레가 바라보고 있다

오매 시원허요

복 받으시오

손수레 위

서향 두 그루

라일락 세 그루



할머니가 손수레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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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동네 오르는 동안

햇살이 낡은 지붕들 위에

파스 한 장씩 붙여준다

가난한 집들의 뜰에서

할머니 등의 파스 냄새가 난다

낡은 손수레도 안심이 될 것이다. 구부러진 허리에 매달려 가는 마음 편치 않았을 것이다. 안간힘을 쓰다가 뒷걸음칠 때 앙상한 철근 가슴도 놀랐을 것이다. 꼬깃꼬깃한 돈을 파스로 바꿔 붙일 때 제 등이 다 시원했을 것이다. 저도 슬금슬금 바람 빠지는 나이가 됐을 것이다. 삼천리강산을 다 누빌 듯 또렷했던 타이어 무늬도 손금처럼 지워졌을 것이다. 아마 하루 꽃장수일 것이다. 폐지를 팔아서 얻은 하루 용돈을 털어 가장 향이 강한 꽃모종을 샀을 것이다. 구부러진 할머니가 구부러진 오르막을 오르며 집집마다 향기를 풍겨주고 있을 것이다. 햇살이야 지천이라도 향기는 지상에서 가꿔야 하니까.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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