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싫다던 학생이 독서하는 모습 보며 전율 느꼈죠"

13년째 독서 사각지대 보살피는 복남선 책수레봉사단 회장

기능 재능 기부자들 모여 자원봉사

보육원인 송죽원 등 10곳 장소에

체계화된 도서관 시스템 만들어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에게

책 이어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아"

복남선 책수레봉사단 회장복남선 책수레봉사단 회장




“평소에 책 읽는 것이 싫다던 학교 부적응 학생이 저희가 만들어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율을 느꼈어요.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과 책을 이어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자원봉사 단체 ‘책수레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복남선(사진) 회장은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고 시작한 활동”이라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책수레봉사단은 2009년 시작해 벌써 햇수로 13년째를 넘기고 있다. 봉사단 멤버들은 모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이들로 꾸려졌다.

업무로 책과 씨름하는 이들이 주말에 또다시 책을 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왜 책과 관련된 봉사 활동을 벌이는지 물었다. “2009년에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보육원인 송죽원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 책은 많은데 사서도 없고 책도 정리가 안 된 상태로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내 손길이 필요하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체계화된 도서관 시스템을 만들어주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그가 송죽원을 찾아 청구 기호와 체계화된 분류 시스템을 만드는 데 꼬박 7~8개월이 걸렸다. 그는 “물론 순수한 마음에 시작한 재능 기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끝을 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면서 “돌아설 수도 없고 그대로 진행하자니 두려운, 복잡한 심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도서관처럼 꾸며놓으니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푸른솔 지역 아동봉사센터푸른솔 지역 아동봉사센터



외부의 도움은 없었다. 기능 재능 기부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주말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그렇게 어엿한 도서관을 완성했다.

관련기사



그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면 댓글을 달아주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송죽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독서 감상문에 댓글을 달아주면서 아이들과 책은 분리할 수 없는 연결 고리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초기에 2~3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이제 30여 명 정도가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이제는 봉사를 위한 지역을 선정하면 팀을 꾸려 도서관을 관리하는 것에 필요한 시간을 산정하고 보유하고 있는 책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한 뒤 프로그램으로 분류하는 등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복 회장은 울릉도에서 펼친 재능 기부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울릉도에서 한 부부가 자신들의 집을 도서관처럼 만들어놓고 동네 아이들이 언제든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배 멀미를 참아가면서 울릉도를 찾아 아이들이 읽을 책을 기증하고 자체 도서관을 운영 중인 부부에게 책 정리 방법 등을 전수하면서 또 다른 보람도 느꼈다”고 전했다.

구세구 지역 아동복지센터구세구 지역 아동복지센터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자원봉사 단체 회원들의 땀과 노력이 조명을 받아야 한다며 자신의 ‘공’에 손사래를 쳤다. “저희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같은 사서 이외에도 운전 봉사를 해주신 분과 기부금 등을 통해 도와주신 주변 분들의 공이 더 큽니다. 선행이라는 이유로 외부에서 받은 수상금도 전액 기증용 책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희 노력만으로 이 단체가 운영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정리한 책만도 줄잡아 4만여 권. 재능 기부를 마친 곳도 10개가 넘는다. 이들의 재능 기부를 알고 해외에서도 도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중국의 상하이희망도서관에서 교민들을 위한 책 기증 요청이 들어와 통일에 대한 책 등을 기증했다”며 “봉사단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 국내 소외 청소년은 물론 해외 교민들을 위한 봉사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복남선 책수레봉사단 회장복남선 책수레봉사단 회장


김상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