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맹탕·분탕·허탕 되풀이…'협치 첫 단추' 인사청문회 개선해야

[인사 시스템 이젠 바꿔보자]

'인사청문회 개정안' 이달 임시국회 통과 시급

"힘 겨루기 장으로 변질"…민주당·국힘 공감대 형성

 전문성 초점·야당의 검증 권한 보장 합의점 모색을

 美처럼 FBI·국세청·공직자윤리위 교차검증도 해볼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인사청문회 개선은 협치의 시대를 열어갈 첫 단추다. 공직 후보자 낙마가 야당의 지상 과제가 되고 대통령은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사태가 반복되면 협치는 첫걸음도 못 떼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황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전에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결단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정파를 막론하고 형성돼 있다. 과도한 흠집 내기를 지양해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올 2월 임시국회 개회식 개회사에서 “지금 인사청문회 제도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인재를 중용하기 어렵다”면서 “정책 역량 검증보다는 여야의 힘겨루기의 장으로 변질된 인사청문회의 낡은 틀을 걷어내자”고 제안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4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선거 전에 정개특위 공식적으로 열어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국민의힘과 야당들에 공식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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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과도한 흠집 내기식 정치 공세는 자제하되 야당의 검증 권한은 보장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도 이러한 문제 인식을 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책과 도덕성 검증을 분리해 실시하자고 주장해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 46명의 의원이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윤리청문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성호 의원과 김병주 의원 등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은 청문회가 과도한 신상 털이나 망신 주기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능력은 제쳐놓고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됐다”고 지적한 발언과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에서 야당의 검증 권한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후보자가 허위진술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해당 부처나 공공기관 등에 경고만 할 수 있을 뿐 후보자를 직접 처벌할 근거는 없다. 국민의힘은 후보자가 허위 진술,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인사 검증을 방해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인사청문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해왔다.

강우진 경북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는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여당과 야당 입장에서 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정권이 교체된 만큼 오히려 합의할 여지는 커진 상황”이라며 “여야 대립의 최전선에 있었던 청문회만 정상적으로 가동해도 협치의 절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정쟁을 예방하려면 의회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인사는 대통령 몫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의회의 권한을 존중할 때 통합은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중적 정통성 원칙에 따르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의회도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대통령이 임명 예상 후보자를 놓고 관련 상임위원회 위원장, 의회 및 주요 정당 지도자 등과 협의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인준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이나 상원의 반대를 사전에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의회 지도부가 반대하거나 평판 조회 결과가 나쁘면 대통령은 미리 지명을 포기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덕분에 상원 인준 거부율은 매우 낮다. 1789년부터 1989년까지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된 경우는 12회에 불과했다.

제도적으로는 청와대 등 특정 기관이 공직 후보자 사전 검증을 독식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국세청·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검증을 한다. 3개의 기관이 검증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다 보니 상호 교차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다. 문제가 있는 후보가 사전에 걸러지고 의회 인사청문회는 자연스럽게 정책 검증 위주로 진행되는 구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단순히 망신 주기식 인사청문회를 자제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인사청문회가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임명 예상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복수의 기관에서 시행하고 이러한 결과를 야당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 극한 정쟁으로 치닫는 것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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