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알박기 인사·망신주기 그만…'K플럼북' 만들자

■ 20세기에 멈춘 인사 시스템

청문회 능력보다 신상털기 급급

공공기관 낙하산 논란만 되풀이

협치 실종…폭넓은 인재등용 발목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마련된 공직 후보자 좌석 /연합뉴스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마련된 공직 후보자 좌석 /연합뉴스




"인사청문회가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망신주기’ 청문회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도덕성 논란 등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고 야당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자 작심한 듯 개선을 요청한 것이다. 정책·능력 검증의 청문회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당도 “지금과 같은 신상털기식 청문회라면 능력 있는 분들의 장관 기용은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만큼 청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그랬다.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사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17명과 10명이었다. 문 정부에서는 더 늘었다.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 비율이 노무현 정부 시절 3.7%(3명)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35.8%(34명)까지 치솟았다. 협치는 실종됐고 인사는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모르쇠’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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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등의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주요 공공기관 인사 임명을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는 것도 ‘인사 협치’ 실종에 따른 결과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 임명 등으로 촉발된 인사권 충돌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임, 민간회사인 대우조선해양으로까지 번졌다. 국민의힘은 올해 들어서만 최소한 15명의 낙하산 인사가 알박기식으로 이뤄졌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해법은 없을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도로 악습을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청문회법을 고치고 공공기관 인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강우진 경북대 교수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원칙 없이 자기 진영 사람이라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하면 진영 간 갈등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망신주기 청문회는 대통령이 폭넓은 인사를 쓰기보다 측근에게만 의존하게 만들어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된 청문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공공기관 인사 알박기 논란도 원칙 없는 인사에 따른 예정된 파국이었던 만큼 ‘한국판 플럼북(K-Plum Book)’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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