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객관적인 검증은 뒤로하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방을 주고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19년 7월 8일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청문회 시작부터 제출 자료가 미비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비리 사건에 윤 당선인이 관련됐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안마다 조목조목 반박하며 윤 당선인을 두둔했다. 김종민 의원은 “윤 전 세무서장의 비리 사건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책임”이라고 주장해 자유한국당을 당황하게 했다.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은 인사청문위원 대부분이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는 중임을 거론하며 청문위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랬던 여야가 15개월 만에 공수를 전환했다. 윤 당선인이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서다. 인사청문회에서 윤 당선인을 보위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국회에 출석한 윤 당선인에게 오전 1시까지 질의를 퍼부었다. 윤 당선인을 두고 ‘의로운 검사’라고 했던 박범계 의원은 윤 당선인의 자세까지 문제 삼아 화제가 됐다. 이후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윤 당선인과 껄끄러운 동거 생활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을 문제 삼으며 윤 당선인을 엄호했다. 이 국정감사에서 윤 당선인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차기 야권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게 됐다. 정의당은 “1년 3개월 만에 여야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오직 정쟁만을 위한 국정감사였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윤 당선인에 두고 펼쳐진 여야의 공방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부실한 단면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은 제도 개선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비공개 청문회와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공개 청문회로 이원화하는 대신 전체 청문회 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형인 미국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여야 이해관계가 갈려 본격적인 제도 개선 논의는 한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여당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원하는 반면 야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도덕성 검증과 능력 검증을 구분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호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인사청문회 결과를 여론조사에 부치자는 주장까지 했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도덕성 검증보다 능력 검증에 주력하자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눈길을 주지 않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민주당도 야당일 때 지금 국민의힘처럼 ‘야당 패싱’을 주장했었다”며 “누가 집권하든 야당과 의회에 대한 정부 여당의 존중이 없는 한 인사청문회 난맥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