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가장 온건한 비둘기의 매파 변신…공격긴축에 시장선 침체 우려

■美연준 2인자 "이르면 내달 QT"

10년물 2.6% 돌파·나스닥 2.2%↓

도이체방크 "美경제 내년 말 타격"

일부선 "경기둔화땐 긴축 약해질것"

워싱턴의 연준. AFP연합뉴스워싱턴의 연준. AFP연합뉴스




5일(현지 시간)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각,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지명자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과거보다 빠른 속도의 양적 긴축(QT)과 0.2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뉴욕 증시에서 금리 인상에 취약한 나스닥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조짐에 10년물 국채금리는 201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연 2.56%를 넘어 오후 늦게 2.6%까지 돌파했다. 나스닥은 2.26% 하락 마감했다.






이날 브레이너드 지명자는 △연속적 금리 인상(0.5%포인트 포함)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빠른 대차대조표 축소 △연말께 중립 금리에 접근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좀 더 구체화한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1월 FOMC 이후 자산 감축을 상당한 규모로 과거보다 빠르게 하겠다며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브레이너드 지명자가 확연히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모습을 보여준 데다 연말께 2.4~2.5%로 추정되는 중립 금리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 것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브레이너드 지명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시장에 다시 각인시키면서 조금 더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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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장에서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금리 인상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이런 우려가 잠시 묻히는 듯했지만 이날 브레이너드 지명자는 양적 긴축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시장에 다시 일깨웠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제한 양적 완화(QE)에 나선 연준은 현재 8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연말까지 연준이 2조 달러가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른 연준 인사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월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은 다른 것들과 함께 우리가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이 될 것”이라며 5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정책 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하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연준의 강공에도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결국 과도한 금리 인상 때문에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내년 말과 2024년 초에 중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두 분기 동안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1.5%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BC는 “도이체방크가 월가 주요 금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경기 침체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1(최저)~10 사이의 수치로 진단할 경우 “8에서 10 정도”라며 “우리는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민들의 우려도 커졌다. CNBC가 지난달 23일과 24일까지 39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올해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케이스 러너 트루이스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연착륙 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기 시작하면 연준의 긴축 기조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은 “1989년 중반부터 1991년 초까지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5%에서 5.6%로 높아졌지만 연준은 거꾸로 금리를 3%포인트가량 낮췄다”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는 확신이 있으면 완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브레이너드 지명자도 “하방 리스크가 없는지 국채 수익률 곡선을 보겠다”고 밝혀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 국채 시장은 최근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올라도 중·장기로는 경기 둔화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경제가 둔화할 것이며 시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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