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30도 파킨슨병 방심 금물…뇌심부자극술 땐 75% 증상 호전

치매 다음 흔한 퇴행성 뇌질환

50대 이하서도 점차 증가 추세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지만

도파민 결핍 보충으로 개선 가능

국내외 신약 연구개발도 활발

부작용 겁내 약복용 미루면 안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문제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푸틴이 전쟁 중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편집증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치매로 인한 뇌질환이나 파킨슨병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나이 든 독재자들에겐 언제나 건강 이상설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독일 나치당을 이끌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던 아돌프 히틀러는 파킨슨병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히틀러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살펴볼 때 비교적 이른 나이인 44세부터 왼쪽 팔의 '안정시떨림'과 같은 증상이 시작됐다고 추정한다. 병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앞으로 몸이 굽어지는 양상의 자세 변화 △표정 저하 △느린 움직임 △작은글씨증 등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경직된 사고와 정서적 강직 역시 파킨슨병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 의사가 '떨림 마비(Shaking Palsy)'라는 저서를 통해 비슷한 특징을 가진 환자 8명의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질환으로 인식하게 됐다. 파킨슨병이란 명칭은 물론,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된 4월 11일도 그의 생일에서 따왔다. 과거에는 단순히 떨리거나 잘 걷지 못하는 질환으로만 인식됐으나 안정된 자세에서 신체의 일부가 떨리는 증상인 떨림 외에도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근육이 굳어지는 경직, 다리를 끌면서 걷게 되는 보행장애, 자세가 구부정해지면서 쉽게 넘어지는 자세 불안정 등 환자마다 동반되는 운동 증상의 조합은 천차만별이다. 기립성저혈압·성기능장애·땀분비 이상과 같이 자율신경장애나 수면장애·변비·피로·치매·환시·우울 등 눈에 띄지 않는 비운동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7년 11만 5679명에서 2020년 12만 5927명으로 8.9% 증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 분비가 줄어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는데,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원인으로 도파민 분비가 덜 되는 경우는 연령과 관계 없이 발병하기도 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50대 이하 중년에게서도 파킨슨병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20~30대에서도 종종 발견된다"며 "젊은 나이라도 이유없이 손발이 떨리는 등 이상 증상이 보일 경우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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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면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할 수 있는 성분의 약물치료가 권고된다. 도파민의 아미노산 전구체에 해당하는 '레보도파'가 대표적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도파민 결핍을 보충해 운동장애 증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 뇌에서 도파민과 유사한 기능을 나타내는 도파민 작용제, MAO-B(모노아민 옥시다제B) 효소 억제제 등이 사용된다. 다행히 파킨슨병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 비해 약물치료에 의한 증상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다만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 의해 처방된 용량·용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레포도파는 얼굴, 팔, 다리 또는 몸통이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리는 이상운동증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도파민 작용제는 낮에 심하게 졸립거나 충동적 도박, 과식, 쇼핑, 섹스 같은 충동조절장애, 환각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지난해 말 진료지침에서 “운동 증상이 있는 초기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 작용제보다 레보도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환자의 증상과 연령,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작용을 피하려고 약물치료를 늦추는 건 금물이다. 정 교수는 "간혹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파킨슨병 약물은 되도록 늦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고 운동이나 한방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뇌에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부족할 경우 뇌 운동회로를 포함한 연결기능의 장애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면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가 걷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면서 효과가 감소되고 합병증이 심할 경우 뇌심부자극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기계를 피하조직에 장착하고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담창구나 시상하핵에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운동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이다. 파킨슨병 운동 증상과 운동 합병증을 약 75% 향상시켜 삶의 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와 알파시누클레인 억제제 등을 활용해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나섰다. 알파시누클레인은 뇌세포 간 신경전달을 돕는 단백질로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올해 초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사노피에 이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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