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첨단치료제 '킴리아' 건보 사각지대 여전 …자체 생산한 CAR-T 임상연구 이어갈것"

■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국산 백혈병 치료제 개발 도움 노력

강형진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강형진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비용 때문에 막혀있던 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 기회가 열리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킴리아'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



강형진(사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 만나 킴리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환영하면서도 "미세백혈병이 재발했거나 조혈모세포이식 후 재발했지만 항암치료로 관해가 온 경우와 같이 '킴리아'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위해 자체 생산 CAR-T 임상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AR-T 치료는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가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속에 주입하는 맞춤형 치료법이다. 이달 1일부터 노바티스의 '킴리아주'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4~5억 원에 달하던 환자 부담금이 최대 598만 원까지 낮아졌다.



강 교수는 국내 병원 최초로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약해 치료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최고위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뒤 재발해 신규 표적치료제 복합요법을 받았지만 다시 미세재발이 일어나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려운 18세 환자였다. CAR-T 치료제를 투여한 날로부터 3주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고, 최근 진행한 추적 골수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 CAR-T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도 경과를 지켜보는 단계다. 강 교수는 "미국 연수를 갔던 2009년 당시 베일러 의과대학에서 CAR-T 세포 연구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며 "2016년 CAR-T 기초연구를 시작해 전임상, 품질분석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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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18세의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에 성공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18세의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에 성공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강 교수는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하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었다. CAR-T 치료제 기초연구를 진행하며 자체 생산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독일에서 자동화기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과거에는 CAR-T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했으나 밀테니바이오텍의 자동화 생산기계를 병원에 도입하면서 자체 CAR-T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허가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5억 원을 호가하는 비용 때문에 애 태우던 찰나, 보건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임상 준비에 힘이 실렸다. 이전에도 복지부를 비롯한 규제기관과 수 차례 논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1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1호 고위험 임상연구로 의결 및 승인을 받기에 이른다.

강 교수는 "모든 과정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환자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덕분에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운이 좋았기에 CAR-T 기초연구부터 생산, 임상승인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강 교수의 다음 목표는 국내에서 킴리아의 산실이었던 유펜 의과대학과 같은 연구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바이오벤처나 기업이 아닌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첨단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만 혁신치료제를 더 낮은 비용에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강 교수는 "CAR-T가 혁신적인 치료방법인 건 맞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킴리아 투여 환자의 약 60%가 생존하지만 일부는 부작용으로 사망하고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10개월 가량 지나야 안정기라고 보기 때문에 관리기간 중 긴장을 늦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환자 1명에게 CAR-T 치료제를 투여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낮추는 과정도 필요하다. 강 교수는 "기업이 아닌 대학과 연구기관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대병원의 자체 생산 CAR-T 임상이 향후 기초연구가 활성화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어 "CAR-T 치료 기술이 향상되면서 차세대 '킴리아'가 도입될 때까지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국산 CAR-T 치료제가 하루빨리 개발되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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