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로터리] 인재 키우고 창업 이끄는 도시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든 오십시오. 보스턴시가 책상과 의자는 제공하겠습니다.” 토머스 메니노 전 보스턴시장의 이 말을 시작으로 쇠락한 항구 일대가 보스턴 혁신지구로 변모했다. “기업이 있어서 인재가 오는 도시가 아니라 인재가 있어서 기업이 오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선언은 뉴욕의 로어 맨해튼이 창업 역량을 가진 인재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모이는 혁신 생태계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보스턴과 뉴욕에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 창업의 꿈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고 스타트업들이 성장 궤도에 오를 때까지 시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고 창업’에서 대기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과 놀이에 경계가 없고 협업이 익숙한 오늘날 인재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혁신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필요한 기능을 보행권 안에 집적한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하고, 살고, 놀 수 있는 창업과 혁신 친화적인 ‘한 동네’ 안에서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끊임없이 태어나면서 디지털 전환 시대의 문명과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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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반 시설인 창업 플랫폼 마련에 시 정부가 집중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실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첨단 시제품 제작소’가 그 중심이다. 어렵고 복잡한 시제품 제작 과정을 스마트공정으로 쉽고 저렴하게 시도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누구나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작업 공간과 교육?특허?상품화?금융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시 정부가 역점을 둔 또 하나의 핵심 기반 시설은 창업자용 주거다. 특히 공동 부엌과 공동 식당은 인재들의 지식과 경험의 교류를 촉진해 인적·지적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국내에서는 용산전자상가의 ‘상상가’와 ‘디지털대장간’이 대표적 사례다. 3D프린터, 컴퓨터수치제어기기(CNC)까지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갖춘 첨단 시제품 제작소와 함께 창업 지원 및 양산 지원 시스템이 집약돼 있다. 어디서나 쉽게 올 수 있어 월 3000명 이상이 이용하고, 스타트업 창업이 10개 이상 이뤄졌다. 미래 생산 기반 시설로서 창업자용 주거가 마련된다면 세계적 창업 플랫폼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인재가 모이고 커가는 도시, 그리고 그들과 함께 끊임없이 기회를 만드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변함이 없다. 창업은 단순히 산업과 일자리 문제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길러내는 에너지이자, 첨단 기술 선점과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도시 혁신의 엔진이다.

우리나라는 혁신적 창업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전 세대에 걸쳐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창업은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도시에 인재들에게 필요한 21세기 기반 시설인 창업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스마트도시는 창업이 쉽고 창업 성공 확률이 높은 도시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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