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조직에서도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곳은 없다. 고대 황제 시대를 시작으로 중세, 근현대에 걸쳐 역사적으로 숱한 지도자들이 명멸했고, 그의 자질에 따라 작은 조직은 물론 큰 국가가 휘청거렸다. 그 부작용에 질린 사람들이 그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민주주의 체제는 시스템적으로 권력 분립을 추구한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새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리더십의 교체를 앞두고 있다. 바람직한 리더십론을 말하는 책들도 눈에 띄는데, 이 가운데 ‘지도자 본색’과 ‘난세의 리더 조조’는 각각 고대 동서양의 대표 국가인 중국과 로마제국 지도자들을 돌아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과 달리 대규모 전쟁이 국가 안팎에서 횡행하던 왕정이었으니, 이를 고려해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
‘지도자 본색’은 로마사 전문가로 꼽히는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로마제국을 이끌었던 지도자 중 대표적인 9명을 추려서 그들의 본색을 밝히는 책이다. 그라쿠스 형제를 시작으로 술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아우구스투스,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디오클레티아누스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저자는 “지도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본색은 말, 행위보다도 지도자 본인을 강력히 대변하기 때문에 국가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거의 리더십을 일종의 타산지석 삼아서 지금의 리더가 좇을 도리를 이야기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카이사르는 정의로웠지만 권력 맛을 본 뒤 변해버렸고, 2차 삼두정치를 만들었던 안토니우스는 대의가 아닌 자신의 잇속만 좇은 야합으로 파멸했다. 반면 ‘로마의 평화’(팍스 로마나)를 일군 트라야누스에게선 자신의 생각을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움직임을,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선 목표를 집요하고 성실하게 좇는 태도를 덕목으로 끄집어낸다.
저자는 그 많은 역사 중 로마제국에 끌리는 이유로 이른바 ‘로마 법’을 비롯해 정치·사회·문화·종교·사법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외세와의 충돌은 물론 권력투쟁, 사회분열, 빈부격차, 이민 등 오늘날의 문제도 미리 겪었다. 그들의 리더십이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1만 6000원.
‘난세의 리더 조조’는 현재까지도 논쟁이 이는 중국 고대 후한 말의 정치가 조조의 일대기를 리더의 관점에서 분석한 평전이다. 조조를 수식하는 대표적 말은 ‘치세의 능신’이나 ‘난세의 간웅’이다. 역사적 평가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이는 조조가 거의 유일하다.
저자가 바라보는 조조의 모습은 시대의 개척자, 위대한 개혁가, 뛰어난 리더다. 그는 조조가 정의와 사악의 경계를 오가며 기본적 도덕윤리 개념도 수시로 거슬렀기에, 바라보는 평가가 각자의 입장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조조는 자신에게 방해가 될 지식인에게 교활한 방식으로 도리를 내세워 죽음으로 내몰고, 복수를 위해 양민 수십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도덕성의 적용 기준도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체계가 잡힌 법전을 편찬했으며, 모든 행정활동이 법률 궤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이른바 ‘명법의 치’를 확립했다. 삼국시대의 앞날을 가른 결정적 전투인 관도대전 당시엔 융통성 없이 행동하기보다 법치와 인치를 적절히 섞으며 계략 싸움에서 완승했다.
그렇지만 조조의 모습에선 리더가 보여선 안 될 태도도 있다. 조조가 공개적으로 도덕을 폄하하면서까지 추구했던 실용주의, 능력주의적 태도는 당시 한나라가 100년간 이룩했던 시대정신인 도덕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중국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하고 무질서하며 암울한 시절인 위진남북조시대의 원흉이 됐다고도 지적한다. 현대에도 도널드 트럼프 같은 지도자들이 기존 정치인들의 위선을 비웃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도덕적 선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가 국가의 근간마저 흔들어 사회 혼란을 일으켰던 점을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