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작년만 다섯 번 가격 올린 루이비통 등 명품 한국서 '실적 잔치'

루이비통·디올·에르메스 '깜짝 실적'

매출 80% 늘고 영업익 2배 뛰어

"중국 관광객보다 한국인이 낫네"

면세점 방 빼고 성수동 첫 입성

배당도 역대급…기부금은 감소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연일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길이 막힌 국내 소비자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자 ‘배짱 영업’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데 따른 결과다. 명품 브랜드들은 잦은 가격 인상에도 국내 명품 수요가 줄지 않자 그동안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했던 면세점 매장을 줄이는 대신 단독 매장을 추가로 여는 등 국내 출점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 명품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올 매출 80%↑…루이비통 실적 사상 최대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 4681억 원으로 전년(1조 468억 원) 대비 40.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뛴 301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5%에 달한다. 이는 루이비통이 국내에 진출한 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에르메스도 호실적을 거뒀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 원으로 전년(4191억 원) 대비 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 늘어난 1705억 원을 기록했다.

디올도 ‘깜짝 실적’을 냈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인 디올은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이은 명품 4대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1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047억 원에서 2115억 원으로 뛰었다.



롤렉스 실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2020년 롤렉스 매출은 23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면세점 매출이 감소한 데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공급량을 줄인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24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87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다음 주께 실적을 발표하는 샤넬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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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퓌신 미니. /루이비통카퓌신 미니. /루이비통


젊은 층이 견인…가격 인상 효과도 한몫


명품 호실적 배경으로는 젊은 층의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꼽힌다. 명품에 소유욕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플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20~30대의 보복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20~2021년 20대의 명품 구매량은 2018~2019년 대비 70% 늘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두 번째는 가격 인상 효과다. 루이비통은 지난해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최대 인상률은 33%에 달한다. 고급 라인인 ‘카퓌신 MM’은 지난해 666만 원에서 753만 원으로 올랐고 올해 2월 922만 원으로 또 인상됐다. 샤넬도 지난해 명품 가방 가격을 네 차례 인상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받아 명품 매출이 감소했다”며 “이로 인해 한국에서 대대적인 가격 인상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8년 만의 출점…단독 매장도 확대


팬데믹 속 예상 밖 고속 성장에 명품들의 한국 출점 전략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다이궁) 수요를 흡수하는 출점 지역 정도로 평가됐지만 내국인들의 매출 비중이 커지자 한국 시장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루이비통은 내년 3월까지 국내 시내 면세점 매장에서 모두 철수하기로 했고 제주 시내 면세점에서는 올해 초 이미 방을 뺀 상태다. 롤렉스와 샤넬도 면세점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대신 백화점과 단독 매장을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7%에서 지난해 33%, 올해 2월 37%까지 확대됐다. 에르메스는 약 8년 만에 올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열 예정이다. 디올도 다음 달 서울 성수동에 단독 매장을 낼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가 성수동에 입성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일반 매장이 아닌 브랜드 상징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신규 출점에 곁들여지고 있는 점도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르메스와 디올 등의 출점 전략은 다른 브랜드의 한국 시장 신규 출점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본사도 미소를 짓고 있다. 디올은 지난해 본사인 크리스찬디올쿠튀르SA 등에 총 2465억 원을 배당했다. 2020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에르메스는 전년(840억 원) 대비 25% 늘어난 1050억 원을 배당했다.

반면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기부금은 오히려 줄었다. 디올의 기부금은 2020년 1억 8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 원으로 감소했고 롤렉스도 1억 2510만 원에서 1억 2380만 원으로 소폭 줄었다. 루이비통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기부를 하지 않았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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