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9일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확진자까지 고려하면 전 국민의 40% 이상이 감염돼 집단 면역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7일 백신 추가 접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됐던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당국의 추가 접종 계획을 두고 “굳이 또 맞아야 하나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백신 계획 접종에 대한 질문에 “백신 접종은 항상 필요하다”며 “백신의 효과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백신 효과의) 약화 가능성도 있고, 가을철에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재유행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단장은 “지금 정부에서는 4차 접종 외에도 가을,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서 접종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효기간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조정하거나 추가적인 활용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확진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백신 추가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이전에 확진 이력이 있다면 2차 접종까지는 권고를 하고 3차 접종은 원할 경우 맞을 수 있도록 권고하진 않았다”며 “다만 3차 접종의 경우는 확진 이력이 있더라도 권고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이 확진 이력이 있는 경우에도 백신 접종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확진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당국의 추가 접종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경증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3월 중순께 코로나19에 확진됐던 김 모 씨는 “코로나를 걸렸을 때보다 백신 부작용이 더 괴로웠다”고 했다. 김 씨는 “백신을 맞았을 때 열이 39.9도까지 올라갔다. 당시 오한, 인후통 등 여러 증상이 겹쳐 공가를 내고 쉬었다”고 했다. 이어 “백신을 맞고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맞으라고 한다면 무서워서 못 맞겠다"고도 했다. 권 모 씨도 백신 부작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 씨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임상을 통과한 백신을 맞고, 혹시 모를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걱정이 된다”고 했다.
백신 도입 예정 물량이 많고 버려지는 백신이 많아지자 접종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약 250만 회분의 백신이 국내에서 폐기됐으며 올해 추가로 도입될 백신 물량은 약 1억 5000만 회분이다. 박 모 씨는 “국민의 30~40% 가량이 코로나19에 확진 돼 항체가 생겼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접종 계획을 밝힌 것은 아무래도 백신이 버려질까봐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당국이 밝힌 확진 경험자에 대한 백신 추가 접종 계획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의료계는 공통적으로 “60세 이상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게는 중증화·사망을 예방하는 점에서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만 엄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며 감염력이 있는 경우에 대해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3차 접종을 한 효과가 있는데, 백신 접종으로 얼마나 이득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당국이 접종을 많이 해 생기는 장단기 부작용을 보장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인 부작용은 (인과성 규명이 어려워) 국가에서 부작용을 보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마 부회장은 고령층에 대한 접종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증화와 사망을 보면 50대 이상이 많다. 그런 경우에만 백신 접종을 하면 된다”며 “40대 이하는 중증화와 사망이 극히 적은데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추가 접종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어떤 백신을 언제 몇 번이나 맞춰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