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소청' 전락 우려에 檢 단일대오…與 강행 땐 '검란' 불보듯

■'검수완박' 저지 총력

"수사 역량 약화로 결국 국민 피해"

평검사부터 총장까지 다시 합심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 구성 제안

곳곳서 회의 열고 비판 의견 목청

조직 존립위기에 집단행동 가능성

김오수(앞줄 오른쪽) 검찰총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배용원(왼쪽) 서울북부지검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장을 비롯해 박성진 대검 차장과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 전국 지검장 18명이 참석했다. 권욱 기자김오수(앞줄 오른쪽) 검찰총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배용원(왼쪽) 서울북부지검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장을 비롯해 박성진 대검 차장과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 전국 지검장 18명이 참석했다. 권욱 기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 움직임에 검찰이 김오수 총장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 당하고 기소만 하는 ‘기소청’으로 전락하면 70년간 지속된 형사 사법 체계가 무너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검찰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의 검찰 힘 빼기로 조직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평검사들까지 집단행동에 가세하는 ‘검란(檢亂)’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는 김 총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국 지검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18명과 김오수 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획조정부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검장들은 ‘검수완박’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지검장들은 “지난해 1월 형사 사법제도 개편 이후 범죄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진실 규명과 사건 처리의 지연 등 문제점조차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장들은 이어 “국민들을 위해 국회에서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가칭)’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형사 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안이 강행 처리될 시 김 총장을 필두로 검사장 ‘총사퇴 카드’를 꺼내드는 방안도 검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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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일선 지검에서도 간부 및 평검사 회의가 열려 검수완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전국 최대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평검사 회의를 열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복잡해진 수사 절차, 수사 지연 등 국민 불편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안정화시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며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서울서부지검은 간부 회의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는 법률 적용은 불가능함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면 국가의 형사소추 기능과 국가 형벌권 행사를 중단시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되고 위헌의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지검 간부들은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입법을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하고 부작용에 대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지검 간부들은 “현재 남은 ‘검찰 수사 기능’조차 박탈하는 것은 국가 형사법 집행을 주체해온 검찰의 기능을 ‘완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사경에 대한 사법 통제 가능성도 봉쇄하게 돼 검찰의 존재 목적인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도 큰 공백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이른바 ‘추윤 갈등’ 사태로 둘로 쪼개졌다는 평가를 받던 검찰이 외부 풍파에 한 몸으로 뭉치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이 계속될 경우 평검사들까지 합세하는 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검란도 사태를 촉발한 사건은 각기 달랐지만 핵심에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수사권 조정 등 검찰 힘 빼기에 대한 불만이 쌓여 폭발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퇴진으로 이어졌던 2012년 검란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특수 수사의 총본산인 중수부 폐지 방침을 앞세워 검찰 내부 반발을 불렀다. 한 총장은 최재경 당시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가 검사장들과 차장검사들이 용퇴를 압박하면서 검찰을 떠났다. 2011년 6월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반발하는 대검 간부 전원이 사표를 던졌고 김준규 총장은 임기를 49일 앞두고 사퇴했다.

현재 검찰의 움직임은 과거 검란의 데자뷔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을 기소청으로 만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 아래 전례 없는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과거의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났고 검찰은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며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작금의 사태를 만든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 고검장들이 옷을 벗는 결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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