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조 530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지원 방식은 아직 점진적 혁신에 초점을 둔 추격형(fast follower) R&D 지원이 대부분이다.
추격형 R&D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민간의 역량이 크게 향상된 지금에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16년부터 R&D 지원의 무게중심을 응용 개발 연구에서 기초 원천 연구로 옮기고 산학연의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연구에 적합한 선도형(first mover) R&D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초격차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핵심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은 빠른 추격자 방식과 시장 선도자 방식으로 나뉘는데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과감한 시장 선도자 방식으로 지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기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나 산업부의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등 정부에서도 시장 선도자 방식의 기술 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을 얻을 수 있는 창의적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업들은 혁신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중소벤처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은 2% 부족한 ‘기술적 성장의 한계점’을 넘어서 세계적 선도 기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비용과 연구 인력 등의 문제로 과감한 도전을 결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지원으로 혁신 중소기업에 동기를 부여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기존의 중소기업 R&D 지원은 주로 점진적 혁신 위주였다. 점진적 혁신은 자동차 연비를 ℓ당 10㎞에서 12㎞로 개선하는 것처럼 ‘기존 기술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인데 이보다는 전기자동차 개발처럼 ‘전례없는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는 급진적 혁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때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중소기업 기술난제형 R&D 지원을 위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갖추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먼저 제시하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지원은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에 2% 부족한 기술적 난제를 채워주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적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선 엔비디아나 퀄컴처럼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가진 글로벌 중소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