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韓 3-30년물 국고채 금리 사상 첫 역전…美 국채금리도 12년만에 中 추월

[연준發 글로벌 국채시장 요동]

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 여파에

美 10년물 2.77%…中 2.6%로 하락

두달간 中국채서 140억弗 빠져

금리 역전으로 머니무브 가속 전망

美 빅스텝에 금리인상 경계감 고조

韓 3년물도 3% 돌파 10년來 최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스텝’ 속에 글로벌 국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11일 한국의 국고채 금리 3년물이 종가 기준으로 3%를 넘어서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과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약 12년 만에 역전되며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이탈 가속화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발작’ 수준의 금리 급등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채권 매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은의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와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2010년 6월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역전됐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2.7798%까지 치솟은 반면 중국은 2.6901%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은 1.6%대에 머문 반면 중국은 2.8%대로 중국이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지난 10여 년 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계속해서 중국보다 낮았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투자를 해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 미국의 국채금리는 통상 신흥국인 중국보다 낮았다. 낮은 금리를 투자자에게 지급해도 워낙 안전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찾는 투자자는 많았다. 하지만 양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미 연준은 약 40년 만에 최대 물가 상승률과 고용 시장 훈풍을 이유로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2일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5월 0.5%포인트의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의 재발발 및 상하이 봉쇄, 30여 년 만에 최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정부 전망치 5.5% 안팎), 미국에 비하면 낮은 물가 상승률(3월 1.5%·전년 대비) 등에 인민은행(PBOC)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실제 6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일부 시장 주체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여러 통화정책 도구를 적시에 사용하겠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미 중국에서 기록적인 자금 이탈이 일어났는데 금리 역전으로 더 많은 자금이 이탈할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데다가 높은 금리까지 주는 미국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중국 국채에 대한 프리미엄이 점차 사라지며 지난 두 달간 전 세계 펀드들은 900억 위안(약 140억 달러)어치의 중국 국채를 팔아치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부적으로 전 세계 펀드들이 올 2월 중국 국채의 11.1%를 보유했지만 지난달에는 수치가 10.8%로 떨어졌다. 싱자오펑 ANZ은행 중국 선임투자전략가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내년에 3%까지 올라 중국보다 15bp(1bp=0.01%포인트) 높을 것”이라며 “중국 국채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자금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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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급등으로 일본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 차이가 2015년 이후 최대로 벌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5엔을 돌파(엔화 가치 하락)하며 6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10년 물 일본 국채금리는 0.236%를 기록해 미 국채금리를 2.51%포인트 밑돌았다. 연초만 해도 차이는 1.56%포인트에 불과했다.

국내 국고채 가격은 ‘패닉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 시장에서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9bp 오른 연 3.186%에 마감했다. 이는 2012년 7월 11일 이후 최고치다. 3년물 금리가 최근 장중 3%를 넘어선 바 있으나 마감 기준으로 3%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국고채 30년물 금리와 역전되기도 했다. 30년물 도입 이후 사상 최초다. 30년물 금리는 9.3bp 상승한 3.146%에 거래를 마감했다.

통화정책 전망과 해외 금리의 영향을 받는 3년물 금리가 급등해 고정적인 수요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30년물 금리를 앞질렀다.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5일 2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섰지만 국채금리의 상승세는 꺾지 못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조 원이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코끼리 비스킷’으로 인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에 대한 순투자액도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채권 6조 3390억 원을 순매수하고 6조 4600억 원의 만기 상환이 도래함에 따라 총 2790억 원을 순투자했다. 이는 2020년 12월 1940억 원을 순매도한 이래 가장 낮은 투자 수준이다. 윤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취임 전이기 때문에 질서 있게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번 회의 때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며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면서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더 악화돼 자칫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한은이 한 달이라도 빨리 금리를 올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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