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5년만 재대결하는 프랑스 대선…좌파 유권자 표심이 운명 가른다

◆佛 대선 마크롱·르펜 4.7%P差

24일 결선…치열한 접전 예고

마크롱, 우크라 등 외교에 집중

경제 이슈 공략한 르펜 급부상

3위 멜랑숑 지지자 표 향방 변수


"프랑스인은 1차 투표는 마음으로 하고 2차 투표는 머리로 한다."

10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향했다. 이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7.8%, 르펜 후보는 23.1%를 각각 득표해 24일 결선투표에서 5년 만에 다시 승부를 겨루게 됐다. 프랑스에서 자크 시라크 이후 20년 만의 재선 대통령이 탄생할 지, 역사상 최초의 극우 여성 대통령이 등장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경제'…승리 장담 어려워진 마크롱=5년 전 대선 1차 투표 당시 마크롱은 24%, 르펜은 21.3%를 얻어 2.7%포인트의 접전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 차는 4.7%포인트로 벌어져 마크롱이 유리해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결선투표에서 두 후보 간에 한층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이날 발표한 결선투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은 르펜을 2%포인트 앞서며 신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결선투표에서 르펜을 상대로 66%를 득표해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에서도 16%포인트 차이로 따돌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실상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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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경제다. 프랑스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5.1% 오르며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유권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 이슈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르펜은 이 지점을 공략했다. 그는 △연료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30세 미만 소득세 면제 등의 공약으로 표심을 얻고 있다. CNN은 "이민 제한 등 극우 정책으로 알려진 르펜이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외교 이슈에 집중해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있다. CNN 등 외신들은 “유럽연합(EU)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마크롱의 계획은 국내외에서 존경을 받았다"면서도 국내 정책에서 분열을 초래하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르펜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르펜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진행한 주민투표를 공개 지지하고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900만 유로를 차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CNN은 "르펜은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로 인해 외교 정책에서 합당한 자격을 지녔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파 지지 유권자의 선택에 결과 달렸다=이제 시선은 1차 투표에서 나머지 10명의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로 옮겨지고 있다. 일단 7.1%로 4위에 오른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재정복(REC)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마크롱 대통령 지지를 표명하며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날 3위를 차지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는 "르펜에게는 한 표도 줘서는 안 된다"며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멜랑숑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이 22%인 만큼 그의 지지는 마크롱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좌파 성향인 파비앵 루셀 공산당(PCF) 후보와 야니크 자도 녹색당(EELV) 후보, 안 이달고 사회당(PS) 후보도 르펜을 막기 위해 마크롱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으며 우파 성향의 발레리 페크레스 공화당(LR) 후보도 "극단주의를 거부한다. 마린 르펜의 계획은 나라를 무질서함과 나약함·실패로 이끌 것"이라며 마크롱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후보, 특히 멜랑숑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표가 마크롱에게 고스란히 옮겨갈지는 의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인터랙티브는 멜랑숑에게 투표한 이들 중 45%는 결선투표에서 기권해 34%만 마크롱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제무르 지지층의 84%는 르펜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멜랑숑에게 투표했다는 한 유권자는 가디언에 "이는 페스트와 콜레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2주 뒤에 투표하러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결선투표는 멜랑숑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이 정년 연장을 공언한 친기업 성향의 마크롱을 지지할 의향을 가졌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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