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버거운 '법인세 모래주머니' 찬 韓기업…방치땐 경쟁력·세수 다 잃는다

[尹정부 족쇄풀기 시동]

◆법인세 등 세법 개편 급물살

文, 복지재원 마련 위해 확 올려

G7 중 두번째, 美 21%보다 높아

부자 증세에 세법 체계도 누더기

장기적 생산성·세수 감소 우려

"디지털세도 임박…인하 시급"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연합뉴스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전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과 동시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나선 원인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에 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었다. 실제로 2017년 59조 2000억 원이던 법인세 세수는 개정 세법이 적용된 2018년 70조 9000억 원으로 1년 새 10조 원 이상 급증했다. 물론 법인세수는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의 업황에 따라 매년 변동을 보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낸 셈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이후 재정 확대를 위한 ‘세수 증대’ 유혹에도 법인세제 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높은 법인세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법인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역 유(U)자’의 곡선을 그린다고 분석한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어느 시점까지는 세수가 늘어나지만 그 이후로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를 줄이고 더 나아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가격 상승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높은 법인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는 우리 법인세율이 선진국들보다 지나치게 높아 기업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된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주요 7개국(G7)을 떼어서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이 32%인 프랑스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25%로 가장 높다. 미국의 경우 35%였던 법인세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21%로 파격 인하해 미국으로 자국 공장들이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높은 세율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과표 구간 설정도 기업들을 난감하게 한다. 자칫 최고세율 구간만 건드릴 경우 ‘대기업 감세’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제외하면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단일세율 또는 2단계 법인세율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부자 증세 프레임에 맞춰 대기업만 콕 찝어 세금을 늘리겠다고 나서다 보니 세법 체계가 누더기처럼 변했다”며 “양도세 사례에서 보듯 세금 제도가 복잡해지면 납세자들의 수용성이 떨어지고 조세의 중립성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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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봤을 때도 법인세 체계 개편은 시급한 과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을 이대로 유지할 경우 기업 활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세수가 더 낮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은 반면 재정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구조”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분이 기업 생산성 향상에 쓰이는 게 장기적으로 재정을 더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서울경제가 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세율 인상 전인 2017년 22.29%에서 2019년에는 24.58%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지난해 20.45%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팀의 성과는 성장률로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는 재정이나 공공 부문 모두 여력이 없는 상태라 결국 민간 부문에 대한 대대적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며 “다만 법인세 개편이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법인세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일단 돌려 장기적 관점에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법인세 개편을 결정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의 반발을 이겨내는 것도 현실적 과제다. 시행령을 고쳐 과세를 유예하는 방식으로 응급 처치가 가능한 부동산 세제와 달리 법인세는 세법 자체를 고치지 않으면 개선이 불가능하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제도 개편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 도입을 대비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투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15%로 정해진 만큼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이 수준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의 수렴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세 저항이 적어 재정 건전성을 명분으로 높은 법인세에 대한 유혹이 크지만 글로벌 기업 유치나 우리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악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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