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웠다. 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유지될 경우 전기료가 2050년 현재의 5배로 뛰고 경제성장률도 끌어내릴 수 있다면서 대규모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변화TF(태스크포스)의 잠정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매년 4~6% 이상 쌓아 놓고 있고 미래에도 그 부담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음 정권에 인상 책임을 다 떠넘기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인수위는 정권이 교체돼도 탄소중립 기조에 흔들림이 없다면서도 부정적인 경제 파급 효과, 민생 압박을 피하기 위해 정책조합을 크게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현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한다면 매년 4∼6% 씩 전기료가 뛰어 2050년 전기료는 현재의 5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수위는 월평균 현재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 7000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 3000∼5만 6000원 △2030년 6만 4000∼7만 5000원 △2035년 7만 8000∼10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야한다고 계산했다.
현재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추진하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도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GDP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인수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났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는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 소폭 증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16% 급증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위원회의 기후·에너지팀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5가지의 정책 방향을 세워 윤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이다. 이들은 5대 정책 방향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와 전력시스템 혁신 △녹색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및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ESG 경영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 본격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전략적 재구성을 제시했다.
한편 전일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서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