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국내 채권시장도 코마상태"…투자금 '엑소더스'

3년물 국채금리 年 3% 돌파에

석달간 단기상품서 1조 순유출

ETN·ETF 수익률은-27% '뚝'

"악재 산재…실물자산에 투자를"





국채금리가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을 벌이자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채권시장이 ‘코마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채권(ETN),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들의 수익률 역시 곤두박질치면서 채권 투자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기조가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실물 자산 위주의 방어적 투자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1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798개의 설정액은 20조 9217억 원으로 최근 3개월간 6500억 원 규모가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기 상품(국공채·회사채·일반채)에서는 총 1조 144억 원가량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채권 투자 비율이 50% 이상인 채권혼합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70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한편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이 기간 6300억 원 늘며 채권 상품에서 유출된 자금을 흡수했다.

관련기사



국채 시장 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채권형 투자 상품들의 수익률이 바닥을 뚫자 채권 시장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105%로 전일 급등에 따른 소폭 조정이 있었지만 3%대에 안착했다. 전일 3년물 금리는 연 3.186%에 마감하며 2012년 7월 11일(연 3.19%)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10년물·20년물 금리 역시 각각 0.8bp씩 오른 연 3.313%, 3.26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채권에 투자하는 ETN·ETF들의 수익률 역시 동반 급락세다. 30년 만기 국고채로 구성된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2배로 추구하는 ‘메리츠 레버리지 국채 30년 ETN’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11일 기준)은 -27.52%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국고채 30년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385560) ETF’ 역시 수익률이 -27.30%다. 이 밖에 ‘KOSEF 국고채10년레버리지(167860) ETF(-14.39%)’ ‘TIGER 국채 3년 ETF(-3.22%)’ 등 3~30년 만기의 국채 투자 상품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서자 채권시장이 가파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손실 보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50조 원 규모의 추경 소식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 역시 2월 이후 물가 상방 압력이 더욱 높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기준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평균 3.5%대로 제시했다. 3년물 금리 상단으로 3.3%를 제시한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했던 2011년 당시를 고려하면 향후 금리가 그 이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물가 및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하며 오버슈팅(단기 급등)한 금리의 급등세는 멈추더라도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까지는 금리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식품 등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률 방어에 집중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